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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논단]학교는 사라지는가?

 

김 교사 : 요즘 학생들 때문에 속이 상하고 답답해서 어쩔 줄을 모르겠어요.

이 교사 : 뭐가 그리 속상하고 답답하죠? 피할 수 없는 상황인데 학생들 핑계를 대는 건 아닌가요?

김 교사 : 자기소개서, 동아리활동 같은 비교과 영역은 아예 없애버리고 교과 성적만 평가하면 좋겠다잖아요. 그뿐인가요? 심지어 수행평가조차 없애라는 학생들도 있어요. 이건 뭐….

이 교사 : 그럴 때가 되지 않았을까요? 과정을 중시하자며 수행평가를 강조하기 시작한 건 오래전이었죠. 대입전형에 반영되기 훨씬 전에 일반화됐잖아요. 학교교육에 관한 한 애초엔 이상적이기만 한 제도나 시책이 점차 변질되거나 사라지고 만 경우가 어디 한두 가지입니까?

김 교사 :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우리는 적용해보지 않은 교육제도가 거의 없고 성공시킨 제도도 없다는 자조적 농담도 들어봤어요. 고교 성적 1위인 한국 여학생을 하버드에서 받아주지 않아 의아했는데 봉사활동 실적이 전혀 없기 때문이었다는 사례도 있었지만, 아버지가 동사무소에 나가 일하고 자녀 이름의 확인서를 요청한 일이 기사화됐을 때 그게 바로 봉사활동이 무너질 징조였던 것 같아요.

이 교사 : 결코 사소한 사례들이 아니죠. 봉사활동의 범위 설정이 아쉬웠고 당연히 해야 할 일에 ‘봉사’라는 이름을 붙여도 괜찮을까 싶었어요. 그렇게 하면서 조금씩 무너져 온 거죠.

김 교사 : 저는 교사들이 학생들로부터 학원 강사에 뒤지는 취급을 받는 것에도 속이 부글부글 끓어요. 어느 방송 인터뷰에 나온 학생이 소집단별로 사회학자들처럼 조사보고서를 써야 해서 열 시간은 걸렸다고 했는데 그게 잘못된 교육이고 ‘고발’의 성격으로 논의되어야 했는지 의심스러웠어요.

이 교사 : 설문지 만들고 결과물 제출하기까지 한 달이나 걸렸다고 분통을 터뜨렸지요. 학교교육이 중시된다면 마땅히 모범 사례라고 해야 할 텐데…. 그러나 학생들이 불합리하다고 했다면 그 이면에 현실적으로 그보다 더 긴요한 일이 있거나 그런 평가는 부질없다는 의미였겠지요. 아니면 가혹하다는 것이었을까요? 어쨌든 교육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그 학생들은 당연히 자랑스러워했어야 하겠지요.

김 교사 : 교사들이 자초한 면도 없지 않은 것 같아요. 그렇게 힘든 과제를 주고는 웬만하면 만점을 주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렇게 되면 내신이라고 해봐야 결국 지필평가 결과에 좌우되는 꼴이 되니까 수능시험 문제만 못한 문항으로 결정되는 내신이라는 불신과 비판이 쌓여 온 것 같아요.

이 교사 : 뼈아픈 지적이네요. 교사들은 비판받기를 싫어하죠. 예를 들어 ‘옷·밥·집’이 ‘의식주’와 같진 않잖아요? 그런데도 같다고 채점해서 행정감사에서 지적을 받고 사유서를 쓰기도 했지만 이 경우엔 왜 낮은 점수를 줬느냐는 항의를 받기도 싫은 거죠. 교육의 다양성, 자율·재량권을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밖에서 본다면 ‘저건 아니다!’ 싶지 않겠어요?

이 교사 : 데이비드 겔런터라는 과학자는 대학이 자기만족에 빠져 있다면 향후 50년 내에 세계 대학의 95%가 사라질 것이라고 했지요. 초중등학교도 물론이고요. 벌써 2000년에 그렇게 예측했으니까 그 학자의 알람은 이제 30년 남았고 그전에 우리가 변해야겠지요? 교문을 열어주는 건 국가지만 학생들이 기다리게 하는 건 교사의 지혜와 자질, 능력, 사랑 같은 것이죠.

김 교사 : 어떤 변화를 말씀하시는 거죠?

이 교사 : 변함없는 것으로 되돌아가는 변화! “딱딱하고, 차디차고, 기계적이고, 계산적이고, 비정에 찬 현대문명에 로맨티시즘을 불어넣음으로써 인생에 삶의 맛과 멋을 주고, 꿈과 향기를 들려줄 때가 오지 않았는가!” … 김 선생님! 왜 그런 표정이죠? … 하하하~ 오천석 선생의 말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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