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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아포리아]부부 성행위의 범위

 

 

 

“배우자와 함께 하는 여러분의 ‘섹스 라이프(sex life)’는 어떠신가요?”

필자가 진행하는 부부의 성(性)과 관련된 강연에 오신 참여자들에게 필자가 항상 하는 질문이다. 대부분 강연에서 비슷한 반응이 나타난다. 어색한 미소가 시작되고 잠시 후 용기 있는 누군가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

“에이~ 가족끼리 그러는 거 아닙니다!” 이 말에 필자는 다시 질문한다.

“그런가요? 그렇다면 가족(배우자)이 아닌 누구와 그래야 하나요?”

다시 참여자 얼굴에 어색한 미소가 나타난다.

성은 우리의 삶에 중요한 부분이다. 단순히 쾌락의 문제가 아니다. 20대 이상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한국판 킨제이 보고서(강동우 성의학 연구소, 2016)’에 따르면 ‘성생활이 삶과 인간관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질문에 93.9%의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생활의 만족도는 어떨까? 4명 중 1명은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만족 41%, 보통 36.1%, 불만족 23.8%)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상대의 배려 부족(24.1%), 두 사람의 근본 갈등(15.2%), 피로(18.8%), 다양성 부족(13.4%) 순으로 나타났다.

자! 이제 다른 사람이 아닌 나의 이야기로 돌아올 시간이다. 성생활 불만족이 4명 중 1명이다. 만약 모든 응답자를 부부로 가정한다면 부부 2쌍 중 1쌍은 성생활로 인해 문제가 있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된다. 불만족은 섹스리스(sexless, 성관계 월 1회 이하)로 연결되기 쉽다. 실제로 섹스리스 부부의 비율은 36.1%나 되는 것이 그 증거이다.

성행위(섹스)는 단순히 쾌락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관계를 맺는 또 다른 방식이다. 그래서 배우자의 배려가 부족하다고 느끼거나 부부 사이에 갈등이 심할 경우 만족도가 낮아지게 된다. 행복한 부부 관계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성행위의 범위를 확장해야 한다.

성기의 결합, 전희 정도로 성행위의 범위를 축소시키면 만족도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부부 아포리아(난관)에 빠지게 된다. 축소된 범위로 성행위를 생각하면 부부의 섹스나 연인의 섹스는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이나 예전이나 같은 행위를 한다. 하지만 만족도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이유가 무엇일까?

과거(연인)와 현재(부부) 성생활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성행위의 ‘범위’이다. 함께 생활하는 부부는 따로 생활하는 연인보다 성행위에 돌입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과거에는 연인을 만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았다. 데이트 약속, 계획하기, 꾸미기 등 이것저것 해야 한다. 연인을 만나면 식사도 하고, 영화도 보는 등 함께 하지 않았던 동안의 이야기도 나눈다. 만나는 동안 손잡기나 키스, 섹스 등 성관계를 나눈다. 그 이후에도 집에 바래다 주는 등의 단계가 있다.

만나기 위한 준비, 손잡기나 키스 같은 가벼운 접촉, 성기의 결합, 함께 하는 활동 등 모든 것이 성행위이다. 부부 성생활의 문제는 여러가지 과정이 사라지고 단순히 성기의 결합으로 범위가 축소될 때 문제가 발생한다.

성행위 범위의 축소는 더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킨다. 바로 섹스(성기의 결합)가 일이 되어버린다는 점이다. 우리는 중요한 일이나 급한 일을 먼저 한다. 일의 범주로 들어간 섹스는 다른 일보다 중요하지도 급하지도 않게 된다.

섹스하지 않는다고 해서 당장 먹고 사는데 지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먹고 사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섹스는 당장 해야 하는 빨래나 눈앞에 보이는 정리해야 할 것들보다 급하지 않다. 이런 일들을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생활이 되지 않는다. 피곤하면 쉬어야 한다. 피곤한데 일하면 몸이 상한다. 경제, 가사, 돌봄보다 중요하고 급한 일에 섹스는 들어갈 수 없다.

성기의 결합이 성행위의 모든 것이 아니다. 신체 능력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성행위 범위가 확장되면 그 한계는 사라진다. 성생활 만족도 향상을 위해 우리가 노력해야 하는 부분은 쾌락이 아니라 배우자와의 관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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