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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어린이 보호구역 서행! 꼭 지키자

 

 

 

얼마 전 블라디보스토크를 다녀왔다. 아침부터 태풍 ‘링링’과 같은 바람과 싸라기눈으로 인해 볼이 따가워 우산도 펼 수 없고, 한 두 걸음 떼기도 어려웠지만, 그 곳에서 느낀 점은 사람들의 여유와 사람을 우선으로 여기는 교통문화였다. 그곳에는 크락션소리 한번 나지 않고, 신호등이 바뀌어도 사람들이 횡단보도를 완전히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주는 여유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사실 우리의 경우 사람중심보다는 차를 우선으로 하는 교통체계로 인해 정해진 시간에 횡단보도를 건너려면, 뛰듯 서두루지 않으면 시간 내에 건너가기 어렵다. 가끔 어르신들이 건너는 모습을 보면, 조마조마했다. 충분한 시간을 주어 배려했으면 한다.

학교에서는 학생중심 교육을 말하고, 지자체마다 사람중심, 시민중심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사람중심이 뭔지, 학생 중심이 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도움을 필요로 할 때 도움을 주는 것이 배려다. 억지로 일을 만들지 말고 도움의 손길이 꼭 필요한 곳에 지원을 해야 한다.

오래 전 미국에 갔을 때도 이와 비슷한 모습을 보고 감동한 적이 있다. 멀리서 차가 오는 것을 보고 차가 지나간 뒤 가려고 했는데, 오질 않았다. 쳐다보니 운전자가 방긋 웃으며 먼저 지나가라고 손짓을 했다. 보행자를 배려해주는 운전자의 모습에 감동했다. 조금 서두른다고 빨리 가는 것도 아니기에 보행자를 먼저 생각하는 운전자의 태도가 아쉽다.

지난 9월 11일 충남 아산의 한 초등학교 앞 스쿨존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로 9살 민식군이 세상을 떠나는 불행한 일이 발생했다. 문대통령은 지난 1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민식이법 처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법의 내용은 스쿨존 내 신호등 설치, 단속 카메라설치의무화이다.

사고 이후 민식이 부모는 ‘아이들 안전을 위한 서명’을 위해 일상을 보내고 있다. 민식이법 통과가 ‘엄마가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라고도 했다. 미래의 꿈나무인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민식이법이 통과되어 안전한 통학로 확보로 단 한 명의 학생도 교통사고로 희생되지 않길 희망한다.

필자가 수원 매산초등학교 교장으로 근무할 때 수원 매산지구대 경찰관들이 학생들 등교시간에 학생교통지도를 해준 일이 생각난다. 시민의 치안업무로 바쁠텐데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봉사해준 경찰관들의 모습을 보며, 그 분들이 정말 애국자라는 생각이 들었고, 진한 감동을 받았다.

전봇대가 넘어가려고 할 때, ‘엄마가 간다’는 밴드에 건의만 하면, 비번인데도 불구하고 시멘트 등 재료를 직접 사와 전봇대를 바로 세우고, 안전하게 고정해 주던 매산지구대 이팀장님과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시청, 구청 관련 공무원들을 모두 교장실로 초청해 빠르고 확실한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해주신 윤지구대장님 그리고 녹색어머니회 학부모님들께 감사드린다.

녹색어머니회 회원들과 함께 교통지도를 하면서 스쿨존에서 서행을 하지 않는 운전자와 많은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신호등이 있는 곳에서는 교통지도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운전자들이 교통신호를 지키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교통을 서야만 한다는 녹색어머니회 회원들의 이야기를 듣노라면 부끄러울 뿐이다.?학생들이 어른들을 보고 도대체 무엇을 배울 수 있단 말인가?

어린이보호구역인 스쿨존에서는 확실하게 서행을 지켜주길 바란다. 세월호사고 이후 우리는 얼마나 변했는가? 세월호사고 이전과 이후는 분명히 달라져야 한다. 누구나 기본질서를 지키는 성숙한 어른, 성숙한 시민, 성숙한 사회로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엄마가 해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인 민식이법도 하루 빨리 통과되어 안전한 스쿨존에서 학생들이 안심하고 통학하길 희망한다. 민식이는 남의 아들이 아닌 우리 모두의 아들이다. 모든 사람들이 어린이 보호구역에서의 서행! 꼭 지켜주어 제 2의 민식이와 같은 불행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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