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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자간

                          /백석

달빛도 거지도 도적개도 모다 즐겁다

풍구재도 얼럭소도 쇠드랑볕도 모다 즐겁다



도적팽이 새끼락이 나고

살진 쪽제비 트는 기지개 길고



홰냥닭은 알을 낳고 소리치고

강아지는 겨를 먹고 오줌 싸고

개들은 게모이고 쌈지거리하고

놓여난 도야지 둥구재벼 오고



송아지 잘도 놀고

까치 보해 짖고



신영길 말이 울고 가고

장돌림 당나귀도 울고 가고



대들보 위에 베틀도 채일도 토리개도 모도들 편안하니

구석구석 후치도 보십도 소시랑도 모도들 편안하니


 

 

 

놀이의 한마당처럼 즐겁다. 생생한 토속어로 근원적인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시인의 마음이 잘 담긴 시를 만나는 즐거움으로 가슴이 뛴다. 평화로운 시골마을에 고즈넉한 풍경의 농촌에는 누가 살고 있는 것일까 가족처럼 이웃들이 경호원이었고, 삶의 가치와 희망이 있었다. 작금의 세태를 비교해 보면 옛날 할머니 할아버지의 살 냄새가 그리워진다. 연자간이라는 이 시는 고즈넉한 정서를 잘 보여주고 있지만 실상은 풍경의 외로움들이 베여있다. 연자간은 연자맷돌, 말이나 소로 끌어 돌려서 곡식을 찧는 맷돌을 놓은 방앗간이다. 필자역시 해남 고향마을에서 어머님께서 두부공장을 하셨다. 맷돌에 콩을 갈고 이러한 공정과정을 거쳐 더운물에 잘삶은 장작구이 화로 불에 콩물을 내면 소금 간을 배합해 벽돌처럼 찍어내는 어머님의 손맛은 일품이었다. 농경사회에서 일어나는 흔한 풍경을 백석은 운율의 묘미를 통해 농촌생활의 풍경과 정취를 현실적인 묘사로 엮음의 반복적인 진술들은 율격체계를 자유롭게 이탈하면서도 안정된 질서로 특유의 감각적인 언어로 사로잡는다. /박병두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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