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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방

                              /백석

낡은 질동이에는 갈줄 모르는 늙은 집난이같이 송구떡이 오래도록 남어 있었다//오지항아리에는 삼촌이 밥보다 좋아하는 찹쌀탁주가 있어서/삼춘의 임내를 내어가며 나와 사춘은 시큼털털한 술을 잘도 채어 먹었다//제삿날이면 귀머거리 할아버지 가에서 왕밤을 밝고 싸리꼬치에 두부산적을 때었다//손자아이들이 파리떼같이 모이면 곰의 발 같은 손을 언제나 내어 둘렀다//구석의 나무말쿠지에 할아버지가 삼는 소신같은 짚신이 둑둑이 걸리어도 있었다//넷말이 사는 컴컴한 고방의 쌀독 뒤에서 나는 저녁 끼때에 부르는 소리를 듣고도 못 들은 척하였다.

 

 

시를 접하고 마침 심훈문학관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 건축디자인이 놀랍게도 아름다운 문학관에는 다락방의 전설을 읽어내게 했다. 물건도 두고 귀중한 사물들을 보관하는 창고와도 같았던 고방은 아이들과 놀기 좋은 다락방이었다. 어둡고 침침하지만 고방의 냄새는 사람이었고, 삶이었다. 친구들과 어머님 몰래 숨어서 음식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시인의 비유적인 표현과 고방의 풍경과 정서들이 환기되는 숨고르기가 강하게 느껴진다. 추억은 누구에게나 그리움으로 남는다. 어린시절의 기억에 머물러 어른이 되어서도 화자의 마음은 여전히 짙게 그려지고 떠나고 싶지 않는 시인의 마음들이 베여있다./박병두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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