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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경쟁력키우기]유학의 예의범절과 서양의 에티켓

 

 

 

유학(儒學)의 대학편(大學篇)에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란 말이 나온다. 먼저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닦아 수양함으로 집안을 안정시킨 후에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정한다는 뜻이다. 이 문장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자기 수신이 되면 가정과 나라가 평안해진다는 취지의 말이다. 이와 관련해 유학에서는 동작과 바른 자세의 중요성을 우선적으로 강조한다. 동작과 바른 자세는 곧 마음의 수련과도 연결되는 문제다.

여기서 예절을 다루는 이유는 상대방에 대한 매너와 에티켓이 마음의 건강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음의 갈등으로 자신의 문제에 집착하는 사람은 타인에 대해 배려할 여유가 없고, 상대방에 좋은 매너를 갖기가 쉽지 않다. 진정한 배려와 예의는 자신의 갈등이 해결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덕목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으로 예절을 중시했다. 하지만 그 예절이 우리의 삶속에 깊이 뿌리내리지 못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외국생활 경험에 비추어 보면 예절이라는 것이 선진화된 의식 혹은 그 사회의 문화와 관계가 있다고 보여 진다. 선진국 국민들은 대체로 예의범절과 에티켓이 체질화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들의 좋은 매너를 접하면서 그 나라의 국격을 생각하게 된다.

나만 해도 미국 등 외국에서의 작은 실수들을 떠올리며 낯이 뜨거워지는 때가 있다. 앞에 있는 사람이 데스크의 직원과 이야기하다가 잠깐 중단한 사이 끼어들었다가 외면당하기도 하고, 급하게 혼잡한 틈을 비집고 앞으로 가느라고 옆 사람을 살짝 밀치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해서는 안 되는 행동들인데, 미국에서는 더 크게 부각되는 것 같다.

내가 저지른 그런 류의 실수는 더 있다. 미국여행 중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착륙하기 전 공중에서 바라본 야경이 장관이었다. 카메라에 담고 싶어서 창 측에 앉은 승객에게 양해를 구하지 않고 창 쪽으로 몸을 기울여 사진을 찍은 적이 있다. 그러고 나서 아차 또 실수했다고 생각했다. 다른 비행기를 탔을 때 내 옆 좌석은 비어 있었다. 한 자리 건너 앉아 있던 승객은 빈 좌석에 소지품을 놔도 되겠느냐고 내게 양해를 구했다. 그 승객과 나 사이에는 에티켓 생활화에 있어서 그만큼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공중도덕을 지키는 일에 소홀했던 적도 있다. 운전 중 신호등 앞에서 정지선에 못 미쳐 차를 세우거나, 골프장 클럽하우스 화장실 문을 살짝 열어놓은 채 소변을 보다가 지적을 받기도 했다. 사소한 일 같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당시 내 마음상태가 그들처럼 느긋하지 못하고, 초조하고 바쁘고 불안했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 식당에서 음식이 짜다고 하면, 매니저가 헐레벌떡 뛰어나와 일행의 음식을 거둬가고 다시 내오는 경험을 몇 번했다. 국내에서 식사 중 돌을 씹어 이빨의 일부가 깨진 경험이 있고, 생선매운탕에서 낚시가 나온 적이 있다. 그때마다 종업원이나 식당 주인은 말로는 죄송하게 됐다고 하면서도, 음식 값은 다 받고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같은 변명이 꼭 들어갔다. 서비스 정신 혹은 문화의 차이일 것이다.

아내와 함께 여행을 하면 나로선 불편한 경우가 많다. 말만 좀 크게 해도, 기분이 좋아 노래를 흥얼거려도 참견하고 제지하곤 한다. 주위 사람들에게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뭘 그렇게 다른 사람을 의식할 필요가 있느냐고 속으론 불만일 때가 많다. 하지만 바꿔 생각해 보면 에티겟 혹은 타인에 대한 배려라는 측면에서 미덕(美德)이 분명할 것이다.

타인에 대한 진정한 배려와 예의는 마음의 안정과 여유를 누리는 사람이 행할 수 있는 덕목이다. 유학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강조하는 수신(修身)은 말할 것도 없이 멘탈경쟁력을 높이는 훈련이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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