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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춘재 사건’으로 부르는 것이 옳다

2016년 전남 한 섬마을에서 주민 3명이 20대 교사를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앞서 이른바 ‘염전노예’ 사건도 벌어진 터여서 해당 섬은 한 때 ‘악마의 섬’이란 오명이 붙었다. ‘천사의 섬’ ‘섬들의 고향’ 등 관광명소의 꿈을 꾸던 이 섬은 사건발생 후 여행객이 감소하기도 했다. 2013년 경기도 한 도시 모텔에서 10대 소녀를 성폭행한 뒤 목을 졸라 죽이고 시신을 끔찍하게 훼손해 유기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역시 ‘00살인사건’이라고 표기해 애꿎은 지역 사람들의 피해가 컸다.

그 옆 도시에서는 중국인 우위엔춘이란 자가 여성을 상대로 치 떨리는 잔혹한 살인범죄를 저질러 국민들을 경악시킨 바 있다. 그런데 경찰은 이 도시명과 동명을 앞에 붙여 수사상황과 결과를 발표했다. 언론도 ‘00시 여성납치 살해사건’, ‘0동 토막 살인 사건’ ‘00 살인마’ 등 지역명을 앞에 붙인 채 기사화해 시민들이 2차 피해를 당했다. 그 도시 시민도 아닌 외국인이 저지른 범죄인데 왜 해당 시민들이 범죄자 취급을 받고 해당 지역 주민들이 사회적 경제적 피해를 입어야 하느냐는 하소연이 줄을 이었다. 실제로 당시 이 지역엔 인적이 끊어졌고 부동산 매매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해당 도시는 지역 명칭 대신 사용할 수 있는 명칭 대신 ‘오원춘 사건’ 등으로 표기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최근 화성시 의회가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이춘재 살인 사건’으로 명칭을 교체해 달라고 경찰과 언론에 공식 요구했다. 화성시의회는 지난달 28일 “경찰과 언론 등은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이춘재 살인 사건’으로 변경하라”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시의회는 “화성시와 타 지역에서 1986년부터 1991년까지 8년에 걸쳐 벌어진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이 밝혀졌다”고 전제한 뒤 “살인 사건명에 ‘화성’이라는 지명이 붙여지면서 시민들은 연쇄살인 사건이 벌어진 도시에 살고 있다는 오명을 30여년이 지난 오늘까지 짊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이춘재 살인 사건’으로 즉시 변경하라”고 요구했다.

이춘재의 범죄로 인해 화성시는 30여년 동안 범죄도시로 취급됐고 주민들은 고통을 받았다. 화성에 산다는 이야기를 하기 꺼릴 정도였다. 화성문화원은 2003년 영화 '살인의 추억'의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내기도 했다. 이제 이춘재가 연쇄살인 사건 범행을 자백한 만큼 ‘이춘재 사건’으로 부르는 것이 옳다. 범죄사건에 도시명을 붙이는 관행도 개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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