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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아포리아]부부 행복의 비결

 

 

 

부부는 서로 ‘사랑’하는 관계이다. 이것을 잊어버리면 부부 아포리아(난관)에 빠진다. 그렇다면 부부 사이에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사랑’이란 무엇일까?

동물도 암수가 짝을 맺는다. 하지만 몇몇 동물을 제외한 대부분은 각자 생활하다 짝짓기 시기에만 함께한다. 그 기간이 지나면 다시 각자의 생활로 돌아간다. 새끼를 낳고 기르기 위해 상대가 필요할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동물에게 결혼이나 배우자라는 단어를 잘 적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은 동물과 다른 방식으로 배우자와 부부의 삶을 살아간다. 즉, 필요 이상의 무엇인가를 위해 부부의 삶을 선택한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사랑은 상호적이고 상대방에게 좋은 것을 바라는 마음이 있어야 하며 함께 생활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에 따른다면 만약 두 사람 중 한 사람이라도 이런 마음이 아니라면 사랑이라고 할 수 없다. 여기에서 인간과 동물을 구분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좋은 것을 바라는 마음’이다.

부부 사이에 존재해야 하는 사랑은 감각과 이성에게 모두 좋은 것이어야 한다. 감각에만 의존하면 쾌락만을 좇게 된다. 이성에만 의존하면 필요만을 좇는다. ‘좋은 것’이란 감각과 이성에 의해 좋다고 판단되는 것이다. 그래서 행복한 부부 관계를 위해 필요한 것은 함께 ‘좋음’을 추구하는 사랑이다.

부부 사이에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좋음이 아닌 다른 것을 좇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대상에 따라 사랑을 세 가지 종류로 구분한다.

첫 번째, ‘유용성’을 추구하는 사랑이다. 이성에만 의존하는 이 사랑은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에게 얻을 수 있는 무엇인가를 사랑한다. 능력, 외모, 정보 등 상대에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존재할 때 사랑이 유지된다. 조건만 보고 시작하는 결혼 생활이 행복하기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런 사랑은 조건이 달라지면 모든 것이 달라진다. 유용성을 추구하는 사랑은 오래 유지되기 어렵다.

두 번째, ‘쾌락’을 추구하는 사랑이다. 감각에만 의존하는 이 사랑 또한 유용성을 추구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관계에서 상대에게 원하는 것은 그 사람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쾌락뿐이다. 상대에게 지속적인 자극을 느끼지 못한다면 사랑을 유지할 수 없다. 우리는 같은 대상에게 계속 같은 자극을 느끼지 못한다. 이런 사랑은 한계가 정해진 사랑이다.

세 번째, ‘좋음’을 추구하는 사랑이다. 이 사람은 감각과 이성, 모두에게 좋은 사랑이다. 이것은 상대를 위해 함께 좋은 것을 좇는다. 배우자를 위해 배우자에게 좋은 것이 무엇인지 고민한다. 좋음을 추구하는 사랑이 다른 사랑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내가 상대에게 얻을 수 있는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상대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타인의 의지대로 행동하기 원하지 않는다. 즉, 타인은 내 의지대로 행동하지 않는다. 배우자가 내 의지대로 행동하기를 원한다는 것은 좋은 부부 관계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행복한 부부 관계를 위해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것은 현재 나의 행동이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가이다.

행복한 부부 생활을 하기 위해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더 많은 돈과 더 높은 사회적 신분, 더 좋은 외모 등 현실적으로 원하는 것이 채워질수록 더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자. 원하는 것이 없었던 적이 있었던가? 원하는 것(욕구)은 항상 새롭게 나타난다. 행복을 욕구의 만족으로 도달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면 우리는 행복할 수 없다. 배우자에게 원하는 것(욕구)이 많을수록 아포리아에 빠진다.

부부의 행복을 위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은 ‘사랑’이다. 수없이 발생하는 욕구를 채우기 위한 노력이 아닌 불필요한 욕구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부부 아포리아에 빠지지 않는 비결이다.

우리가 채워야 하는 것은 오직 하나 배우자에 대한 ‘사랑’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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