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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정치인들, 박항서의 반만이라도 닮아라

축구 경기를 보느라 새벽까지 잠 못 이루는 축구마니아 뿐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10일 밤엔 늦게까지 TV 앞에 앉아 있었다. 512조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이 20대 정기국회 마지막 날 본회의에서 통과되던 시간이었다. 이른바 ‘4+1 협의체’가 마련한 예산안이었는데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며 강하게 반발했다. 황교안 대표는 밤샘 농성장에서 “이 정권 폭정에 목숨 걸고 결연히 싸우겠다”며 지난 단식 때처럼 또 다시 ‘목숨’까지 걸었다.

이처럼 국회의사당에서 여야가 삿대질을 해가며 사나운 목소리로 으르렁 거리던 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는 동남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이 열렸다. 그리고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22세 이하 축구 대표팀은 인도네시아를 3대 0으로 누르고 60년 만에 우승했다. 베트남은 1959년 제1회 대회에서 우승한 바 있는데 당시는 통일 전 남부베트남 시절이어서 통일 베트남으로선 첫 번째 축구 금메달인 것이다. 이 대회 우승으로 박 감독은 또 하나의 ‘박항서 신화’를 썼다.

2017년 10월 박 감독은 늦은 나이에 국내 축구팬들의 주목을 받지 못한 채 베트남으로 날아갔다. 당시 베트남의 FIFA 랭킹은 100위권 밖이었다. 그야말로 ‘축구 변방’이었던 것이다. ‘박항서 매직’은 그런 베트남 축구를 아시아 정상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준우승,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위, 아세안축구연맹(AFF) 챔피언십 우승, 올해 아시안컵 8강에 이어 60년만의 동남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미증유의 기록을 세웠다.

이날 금메달이 확정된 후 놀라운 장면이 TV화면에 비춰졌다. 그라운드의 선수들과 관중석의 베트남 응원단이 열광하며 얼싸 안는 가운데 태극기가 펄럭인 것이다. 관중석에서 흔든 태극기의 이면은 베트남 국기인 금성홍기였다. 선수들도 시상대에 오르기 전 태극기와 금성홍기를 한 깃대에 묶어 흔들며 환호했다. 이에 박감독은 베트남 응원석 앞에서 금성홍기를 흔들고 자신의 가슴에 부착된 금성홍기를 가리키기도 했다. 베트남 국민은 태극기를, 박항서 감독은 금성홍기를 흔드는 장면은 감동적이었다. 지금까지 우리 국민들이 타국의 우승에 이처럼 관심을 갖고 기뻐한 일이 있었던가. 그의 성공은 경제·정치·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국민들에게 대리만족을 줬다. 희망을 선사했다. 스트레스만 주는 우리나라의 정치인들, 박항서의 반만이라도 닮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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