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박병두의 시선]신안군, 천사의 섬을 거닐다

 

 

 

 

 

한국영화인들과 투어 일환으로 신안군 천사의 섬을 찾았다. 영화인들과 한자리에 같이하는 자리가 드물기 때문에 몹시 반갑고 기쁜일이었다. 창작을 혼자 하는 작업과 달리, 영화는 종합예술이다.

필자가 태어난 곳은 해남이지만 충청도 음성, 신안 증도리, 경남 마산에서, 목포로 전학해 초등학교를 졸업하기까지 유년은 외로운 성장기였다. 천사의 섬, 추억들은 그래서 남달랐다. 놀랍게 발전한 섬을 가이드를 따라서 땅과 바다와, 하늘에서 내려 보는 섬들은 내가 잠시 머물었던 고향이 이렇게 아름다운 섬이었던가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현대 산업사회가 정착을 이루고 서사예술의 총아였던 소설과 영화의 세계는 제왕적인 교류의 관계로 자리 잡은 때가 이미 오래되었다. 소설을 쓰면서 영화를 생각하고, 시나리오를 쓰면서 소설을 구상한 내 글쓰기의 여정은 서로 대치될 수 있는 합의점을 안고 있었다. 소설과 영화, 이 장면들을 안고 천사의 섬을 거니는 발길을 옮길 때 마다 추억이 일어났다. 안내책임자인 설재우 차장은 자신의 업무를 넘어 구수한 사투리의 낮은 목소리로 수발을 들어주었고, 사람냄새 나는 진솔한 마음들로 천사의 섬을 다시 찾도록 하는 호기심을 들게 해 주었다. 카메라 셔터 속도 만큼이나 섬을 피사체 삼아 많은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와 소설, 모두 서사를 통해 장르에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고 형상화하려는 장치이기에 예술장르로서 공감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인간세계를 탐구하듯 천사의 섬 마을들을 밀착되게 훔쳐보았다. 섬에는 고령화 때문인지 어느 섬과 다르지 않게 노인들이 많았다. 인구는 감소한 탓에 밤에는 정적한 외로움들로 적막감이 찾아들었지만 도심에서 조우하는 복잡한 번뇌들을 잊기에는 충분했다.

어느 섬에도 마찬가지이지만 학생들이 줄어들면서 폐교가 늘어나고 분교들마저 줄어들고 있는 사정은 이곳 섬도 마찬가지였다. 폐교를 기념관과 박물관으로 행정력을 전환해 문화관광산업발전에 촉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섬마을 사람마다 이 고을의 군수를 애틋하게 기억하고 있었고, 가는 곳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박우량 신안군수에 대한 사랑이 넘쳐났다. 군세가 작을 수밖에 없을 세수일진데 어떻게 단기간 발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많은 의구심이 들었던 것은 필자 뿐 아니었다. 영화인모두가 군수에 대한 관심과 신뢰가 대단했다. 진정한 작가와 영화감독들이 함께하는 자리에서 저마다 자신의 생애와 운명을 걸고 있는 장르적인 특성을 지닌 걸음들은 이 고을의 리더를 보면서 한 사람의 위대한 훌륭한 생각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일인가?

“박 작가 이 멋진 섬, 영화소재 아닌가? 글 좀 쓰지”

“난 카메라 들고, 영사기 들이댈게”

농담처럼 지나가는 말은 소주잔을 비우면서도 이야기는 게속 이어져 갔다. 필자뿐 아니라, 소설가들은 소설로 영화를 공급하고, 영화는 소설을 대중화시키는데 충직하게 내놓았다.

밤의 정령들이 찾아들었을까, 깊어가는 천사의 섬 밤은 생음악으로 노래를 부르고, 술잔에 정을 쌓기 시작하더니 회전문으로 돌아가 기분 좋게 취했다. 불빛이 내려앉을 무렵 다도해 풍경이 장관을 이룰 때쯤 우리일행들은 마지막 여정을 준비해야 했다.

소설가로서의 삶도, 영화로서의 삶도, 이렇다 할 작품을 내놓지 못한 해후가 다시 뼈 속을 파고들었다. 소설과 영화는 별반 다르지 않다. 인간의 삶과 미래의 대지를 현실로부터 이야기를 발견하고, 그 언어의 새로운 가지들을 조화롭게 창조해 가는 서사의 장르라는 운명을 받아들여 존재하는 아름다운 추억들을 천사의 섬에서 재생하는 시간이었다.

기적처럼 경이롭고, 아름다운 섬 천사의 섬을 카메라 프레임에 담으면서 인생이란 무엇이며, 왜 사는가에 대한 나직한 목소리로 말을 내게 걸어왔다. 그러나 도시의 네온사인들로 돌아온 밤은 시나브로 어두워졌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