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다수결은 민주적인가
[경기시론]다수결은 민주적인가
  • 경기신문
  • 승인 2019.12.16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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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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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택국립한경대 법학과 교수
오호택 국립한경대 법학과 교수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지난 10일 국회에서 내년 예산안이 통과되었다. 여야 대치정국으로 심의가 지연되다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뺀 ‘4+1협의체’의 수정안이 통과되었다. 여당과 공조한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은 모두 원내 교섭단체가 아니다. ‘+1’인 대안신당은 아직 정당도 아니다. 아무튼 의원 156명이 찬성하여 형식적으로는 다수결원리를 충족하였다. ‘합의가 안 되면 다수결’이 민주적 결정방식이다. 하지만 다수결이라 해서 무조건 정당한 것은 아니다. 올해 예산 476조원보다 9.1% 늘어난 512조원 규모의 확장예산인데 확장예산 자체는 찬성의견도 많다. 그러나 예산은 단순한 총액 문제가 아니다. 항목별로 세밀한 평가가 필요한데 그러한 평가가 생략된 채 졸속으로 이루어졌다. 심사과정이 공개되지 않고 속기록이 작성되지 않은 채 힘 있는 여야 의원의 지역구 잇속 챙기기는 여전하였다. 게다가 수입을 정하는 세법 등 예산부수법안에 앞서 통과되어, 얼마를 벌지도 모르는데 돈 쓸 데만 신경 쓴 꼴이 되었다. 다수결은 충분한 토론이 선행되어야 정당성을 가진다.



다수가 옳은 것이 아니라 승복해야 할 사람이 적을 뿐

작년에는 소수 야당들이 불참하고 민주당과 한국당만의 합의로 통과되었는데, 제1당과 제2당의 합의라는 점에서 올해보다는 낫다. 예산안 강행처리에 반발해서 농성과 장외집회로 나가는 한국당의 모습은 한국당이 여당일 때 야당이었던 민주당의 모습과 놀랍도록 닮았다. 특히 이명박 정부시절이던 2010년 12월 예산안을 여당 단독으로 처리하자, 이른바 4대강 예산이라며 반대하던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장외투쟁에 나섰고, 현 의장인 문희상의원 등은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하였다. 우리네 정치인들은 입장이 바뀌면, 자신이 했던 언행을 따라하는 상대방을 주저 없이 비난한다. 그것이 결국 자신에 대한 욕인데도 말이다. 마치 주어진 각본을 영혼 없이 연기하는 3류 배우처럼 보인다. 민주주의는 서로 다른 생각을 인정하고 조정하여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합의가 안 될 때는 다수의 의사를 전체의사로 보는 것이 다수결이다. 하지만 다수결이 정당성을 갖는 것은 다수가 옳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다수가 내린 우매한 결정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나찌의 유대인 학살도 다수가 동의했다. 다수의 의사를 전체의사로 볼 때, 자기 의사가 아니지만 승복해야 하는 사람이 적은 것이 타당할 뿐이다. 소수의 의사에 다수가 따라야 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독재라고 부른다. 물론 다수가 소수에게 승복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소수와 다수가 바뀔 수 있어야 하고, 소수의견도 무시되지 않으며, 충분한 소수보호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전제가 없다면 소수는 승복하지 않게 되고 결국 공동체는 해체된다.



선거를 통하지 않은 다수는 민주적 정당성이 없어

예산안 통과가 국민의 뜻에 따른 것이라는 여당의 해명이 있었다. 국민의 의사는 어떻게 확인할까? 요즘 이루어지는 무작위 전화 여론조사는 믿을 것이 못된다. 응답률이 기껏 5%에 불과하고, 응답한 사람들의 성향이 국민의 성향 분포와 다르다. 그렇다면 이는 여론조사가 아니라 여론포장이거나 여론조작일 수 있다. 헌법에 따르면 국회의 결정을 국민의 의사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국회의석은 국민이 만들어준 것이 아니다. 현 20대 국회의원 총선거 결과는 더불어민주당 123석, 새누리당 122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등이었다. 현재의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등은 없었다. 그렇다면 다음 총선에서 국민의 추인을 받아야 정당성이 생긴다. 현재의 국회 다수가 아직은 국민의 뜻이라고 볼 수 없는 이유다. 더구나 1년만 쓰고 폐기하는 예산안이 아니라 오랫동안 효력을 가질 선거법과 공수처법 등은 진정 국민의 뜻에 따라 개정되어야 한다. 그 국민의 뜻을 확인해야 할 총선룰인 선거법은 더욱 그렇다. 더구나 패키지로 들어있는 선거연령 18세 인하의 논리가 단순히 OECD 국가간 비교라는 것은 하나밖에 못 보는 유치원생 논리다. 다른 나라는 우리나라 같은 전국적 온 국민의 ‘고3 증후군’이 없지 않은가. 법을 창조하는 것이 입법자라고 생각하면 크나큰 오산이다. 입법은 단순히 국민의 뜻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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