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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백]마지막 달력

 

 

 

 

 

한 장 남은 달력에 국회의사당을 배경으로 가오리연이 하늘거린다. 대립과 싸움으로 얼룩진 역사를 떨쳐내고자 하는 열망인지 꼬리를 흔들어댄다. 되새기고 싶지 않은 한 해로 그 중심에 국회가 있다.

국회의원은 선거를 통해 선출되어 국민의 의견을 대표하기에 책임과 사명감을 가지고 헌법과 법률을 개정하고, 의결과 관련된 일을 하며, 정부 예산안을 심의 확정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이나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을 체결하고 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행사한다. 정부의 예산안에 대한 심의와 수정을 통해 예산안을 확정하며, 국가의 수입과 지출에 대한 결산을 심사한다. 또한 국정감사와 조사를 통해 국정이 법에 따라 잘 운영되고 있는지를 감시하고 잘못된 부분을 적발하여 시정하도록 한다. 이 처럼 임무가 막중함에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상대편을 비방하고 공격하며 싸우느라 국회를 도외시하고 국민을 외면하며 한 해를 보냈다. 민생을 위한 절박한 법안조차 자기들이 원하는 조건을 관철시키기 위해 끼워 넣고 협상하는 그 행위는 차마 못 볼 일이다. 오죽하면 국회 무용론이라는 말이 나왔을까. 그들은 상류층으로 고등교육을 받았기에 예의와 교양을 겸비하고 지식도 출중하다. 그렇건만 편을 갈라 상대편을 적으로 삼아 상식 이하의 험담을 마다하지 않는다. 오로지 자기들의 주장만 옳다며 상대가 잘한 일은 뭉개고 자신들의 뜻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사생결단으로 공격한다. 더욱 가관인 것은 그들이 국회에서 만든 일부 법조차 지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느 종교단체를 대표하는 회장은 동조하는 사람들과 청와대 앞에서 반정부 시위를 하며 “하나님의 기름 부음이 내게 임했기에 대한민국이 망할 것을 미리 보았다. 그래서 국민에게 선포하는 것이다. 문00 저거 나오게 돼 있다. 우리가 끌고 나올 필요도 없다. 하나님이 아마 심장마비로 데려갈 것이다”라며 목사로서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게 하고 이웃을 거짓 증언하여 십계명을 어기고 교리에 반하는 섬뜩한 현실을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이런 일이 일상이 되어서인지 국민들의 정서도 메말라가고 있다. 칭찬이 미덕이라는 말이 사라진 지 오래다. 학생에게 ‘바르게 살아라, 정직해라, 겸손해라, 봉사해라, 남을 칭찬해라’라고 가르칠 게 아니라, 지도자급인 정치인들을 모방하여 공격하고 싸워서 이기는 방법을 교육해야 할지 모를 일이다. 쇠가 쇠를 먹는 형상이다.

한 해가 서산으로 기울고 있다. 소중한 나날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를 자각하게 하고 인간 중심의 의식을 한 층 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떠나가고 있다. 세월이 가는 것은 거역할 수 없는 일, 차분히 정리하며 놓아주어야 할 일이다. 크리스마스트리와 자선냄비가 연말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수은주가 영하를 넘나들건만, 중심가의 밤거리는 청춘의 물결로 가득하다. 그들의 어깨는 활기가 넘치고 얼굴에는 웃음꽃이 가득하다. 취업난으로 컸던 마음고생도, 저소득으로 생활이 어려워 힘들었던 고통도 잠시 잊고 들뜬 분위기에 함께 편승한다.

내년에는 나라의 중대사인 총선이 있다. 국민이 낱낱이 보아왔기에 현명한 판단으로 나라와 국민을 위해 바르고 정의롭게 일할 수 있는 인물을 국회로 보내 번영하고 활기찬 세상이 되도록 할 일이다. 광화문 광장과 청와대 앞 광장도 시위를 위한 곳이 아니라, 시민이 함께 즐기며 행복을 나누는 장소로 가꾸자. 찬란한 미래는 그냥 오는 게 아니라 의도한 계획대로 만들어 가지 않는가. 정치인이 화합하여 건설적으로 일하면 국민이 행복하고 나라도 발전한다. 새 즈믄 해가 솟아오를 때 세계 사람들이 희망에 부풀어 환영했듯, 내년은 2020년이 되거늘, 우리가 원하던 화합의 새날이 찬란하게 떠오를 것이기에 한 마음 한 뜻으로 두 팔 벌려 맞이하자. 힘차고 경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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