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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眞誠愛칼럼]역사 교과서 해법

 

 

 

페루의 수도 리마에는 ‘수치의 장벽’이 있다. 장벽의 길이가 10㎞가 넘는데 3m가 넘는 담 위에는 철조망이 가로막고 있어 양쪽은 서로 오갈 수 없는 다른 나라처럼 여겨진다. 같은 도시 안에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한쪽은 판자촌이고 다른 한 쪽은 아주 고급 부촌이다. 한쪽은 몇 십억 넘는 넓은 수영장이 딸린 고급 주택들이 즐비하고 한쪽은 금방 쓰러질 듯한 남루한 판자촌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빈민가 사람들에 의해 오염되거나 절도와 약탈 등을 걱정하여 벽을 세운 것일 것이다.

이 경제적인 차이의 편가름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되며 오늘날에도 되풀이 되고 있는 패악(悖惡) 중의 하나 일 것이다. 오노레 도미에의 ‘삼등열차’와 ‘일등열차’를 보면 이점은 더 확실해진다. ‘삼등열차’는 철저하게 소외된 군상들로 침울하고 의욕을 상실한 침울함만이 지배하고 있음에 반해 ‘일등열차’ 우아함과 여유가 넘쳐흐른다.

경제적인 편가름에 비해 사상에 의한 편가름은 훨씬 무섭고 강렬하게 나타난다. 십자군 전쟁도 대표적이지만 전쟁을 비롯 학살, 감금 등이 난무한다. 좌우의 대립은 한국 사회를 가로지른 가장 끔찍한 형태로 제주 4·3, 한국전쟁, 광주민주항쟁을 거치며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고산 교수가 지적하듯 편이 갈리는 형태로 빈부에 의한 것은 사회적 차별을 낳고, 사상과 종교에 의한 것은 무자비한 살육을 일으켰다면 피부색, 인종의 의한 편가르기는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시킨다. 피부색이나 인종에 의한 편가르기는 힘의 원리가 작용하기 때문이고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는 방식에서 자비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좌우 이념의 대립, 빈부 격차의 문제는 쉽게 사라질 것은 아니다.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역사 교과서를 생각하며 이 문제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논란이 되는 것은 내년 3월 전국 고교에 배포될 한국사교과서에 ‘천안함 폭침 사건’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권의 지향성에 역사 교과서가 입맛을 맞춘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교육이 그러하듯 역사는 백년지대계를 보고 나아가야한다. 우리는 여기서 독일과 프랑스가 함께 만든 공동 역사교과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편찬위원회를 공동으로 구성하고 집필자 서술은 30% 연설문, 신문기사, 지도, 사진 등 사료가 70%로 하고 양국이 합의한 명백한 팩트만 서술, 역사적 공과를 다양한 관점에서 제시하고 집중탐구, 자율학습 길잡이로 주입식 교육을 넘어 토론식 학습을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논란이 끝나지 않는 주제를 교과서에서 단정적으로 얘기할 필요는 없다. 균형 잡힌 사료를 통해 바른 역사관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전국 대학 교수들이 2019년 올 한 해 사회를 관통하는 사자성어로 몸은 하나, 머리가 두 개인 새를 가리키는 ‘공명지조(共命之鳥)’를 꼽았다고 한다. 불교경전에 등장하는 사자성어로 한 머리는 낮에 일어나고 다른 머리는 밤에 일어나는 새가 있는데, 한 머리가 좋은 열매를 챙겨 먹자 다른 머리가 질투심에 독이 든 열매를 먹은 탓에 결국 두 머리 모두 죽었다는 것이다. 어느 한 쪽이 없어지면 자기 혼자 호의호식(好衣好食)할 것이라 착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한쪽이 죽으면 다른 쪽도 죽는다. 우리나라는, 우리 민족은 목숨을 함께 나누는 ‘운명공동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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