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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중단없는 전진’에서 ‘보편적인 쉼’으로

‘중단없는 전진’이 유행하던 시대가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새벽종이 울렸고 사람들은 골목골목 빗자루를 들었다. ‘살기 좋은 내 마을’을 ‘우리 힘으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또 영문도 모른채 해외로 나가기도 했다. 군인들은 베트남에서 미군과 함께 전쟁을 치렀고 광부와 간호사는 독일로 갔다. 달러(USD)를 벌기위해서. 그렇게 벌어들인 달러 가운데 일부는 엉뚱한 곳으로 흘러들어갔다는 문제제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흐지부지 상태다. 아무튼 우리는 1970~90년대를 일에 파묻혀 살았고 ‘한강의 기적’이라는 것을 이뤘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잃은 것이 더 많았다. 가장들은 자녀들 얼굴조차 못보고 일했지만 어느 순간 가정에서 자신의 자리가 사라졌다. 대부분 일중독으로 ‘열심히만’ 살았다. 그것을 당연시했다. ‘이게 아니라’는 자각이 들기시작한 건 2000년대에 들어서다. 시대상은 광고 문구를 통해 드러났다. 2002년 현대카드 광고가 선두주자였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열심히 일했으니 쉴 자격이 있다는 내용이다. 직장인 대부분은 반신반의했지만 그때 조금 알았다, 쉬어도 된다는 것을. 2012년 손학규 대통령선거 경선캠프에서 그 유명한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문구가 직장인들에게 스몄다. 손 후보는 후보자로 그쳤지만 이 문구는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그만큼 아직도 ‘저녁이 있는 삶’은 ‘먼나라 이야기’겠다. 절정은 2015년에 등장했다. 삼성카드 광고에서다.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다. 이 문구에 이어 ‘이미 아무것도 안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가 뒤따랐다.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무기력과 극도의 피로(번아웃)에 빠진 직장인의 마음을 대신했다. 여전히 현실은 일을 강요하고 있다.

그런 쉼에 대한 갈급을 경기도가 해결하기로 했다. 손임성 경기도 도시정책관은 18일 ‘쉼이 있는 도시 공간’을 조성해 ‘차별없는 보편적인 쉼을 구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위해 3대 전략도 마련했다. ▲도민이 필요한 곳에 긴의자(벤치) 설치 확대 ▲개발사업 계획단계부터 체계적인 쉼 공간 조성 ▲공공 공간 정상화를 통한 도민 환원 등이다. 3대 전략에 따라 공동주택과 학원가 밀집지역, 버스 승강장 주변 등에 긴의자를 설치한다. 일단 시·군별로 2곳씩 모두 62곳에 시범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여기에 이재명 도지사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하천·계곡 정비지역도 포함했다니 잘했다.

이제 우리는, ‘보편적으로 쉼이 가능한 경기도’에서 살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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