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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서의 향기]조선 최고의 무예 교범 - 무예도보통지

 

 

 

 

 

조선 정조에 의해 간행된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는 4권 4책의 한문본과 1책의 언해본으로 구성돼 있는데 24가지 전투기술을 중심으로 한 실전 훈련서이다. 현대 스포츠가 고대의 전쟁과 전투에서 출발한 것을 감안하면, 이 책의 24가지 전투 기술이 오늘날 무도 경기 종목의 원류임은 새삼스럽지 않다. 이 책의 편찬을 총괄했던 백동수에 관해서는 만화 ‘야뇌(野?=주릴 뇌) 백동수’나 드라마‘무사 백동수’를 통해 일반인에게 알려지고 따라서 ‘무예도보통지’도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물론 픽션을 가미한 흥미 위주의 드라마이다 보니 백동수에 관한 사실이 상당 부분 왜곡된 것도 있다. 백동수는 무신(武臣)으로 당대 최고의 무예 고수일 뿐 아니라 실학자인 이덕무, 박제가, 박지원, 도화원 화가 김홍도 등과 절친한 친구였으며 이덕무가 자신의 글에 대한 평을 그에게 부탁할 만큼 문무를 겸비한 선비였다. ‘무예도보통지’는 백동수가 총괄하고 규장각 검서관 이덕무와 박제가가 공동으로 편찬한 것으로 돼있으나, 이들 외에도 도화원 화원들이 대거 동원됐고 실질적으로는 정조가 직접 총괄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이 책에는 492판의 그림이 나오는데 그 공격 자세와 품세가 모두 백동수의 실기(實技)이며 격세와 복장 무기 등 그림은 도화원 소속 화원(畵員)들이 그린 것이다. 또 이덕무와 박제가는 국내외 무예서(武藝書) 150여 권을 모두 모아 참고했다 하니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다. 책 서문에서 정조는 “이 책의 간행으로 날마다 병법과 개인 기예를 익혀 모두 용감한 무사가 되어 국가를 저버리는 일이 없도록 하고자 하는 것이 근본 취지이다. 이는 곧 억만년 간 밝은 가르침의 실질적 구현이 진실로 여기에 있으니 노력할진저 제군들이여”라고 했다. 무예도보통지의 24가지 무예 체제를 살펴보면, 창과 검, 곤(棍)과 권법(拳法) 등 18기와 격구(擊球) 등 마상(馬上) 6기로 되어있다. 이 24기는 오늘날 현대적인 스포츠로 개량되어 다양한 경기종목으로 발전하였다. 권법을 발전시킨 태권도나 택견이 그렇고, 검도 종목에서도 본국검법의 도보(圖譜)를 그대로 승계하고 있으며 격구와 폴로경기, 마상재와 마장마술 등 그대로 운동경기 시스템의 원천이 되고 있다. 이처럼 무예도보통지는 우리민족의 전통적인 무술 품세들을 종합 체계화한 군사관련 책이자 많은 무술경기 종목의 원류이기도 하다.

이 책은 현재 서울대학교의 규장각과 한국학연구원 장서각에 각각 보관되어 있다. 그런데 다른 한 권이 6.25 동란의 혼란한 틈을 타 북한으로 유입된 것으로 그동안 알려져 왔는데, 4~5년 전에 김일성 종합대학에서 이 책의 완역본이 발간됐다. 더 나아가 북한은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무예도보통지’를 신청해 지난 2017년 10월에 북한의 제1호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우리가 관심을 돌리고 있는 사이에 무력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대국에게 국가의 유산가치를 선점당한 것이다.

올해 초 ‘체육계 구조개선’이라는 취지로 민관 합동으로 구성된 ‘스포츠혁신위원회’가 출범했다. 이 위원회가 얼마 전 소위 ‘2차 권고안’을 발표하면서 체육관련 단체와 체육현장에 일대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이 권고안은 전문체육의 붕괴에 가까운 것으로, 당장 내년부터 학교 운동부가 문을 닫고 취미 운동 수준으로 전환해야 할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범체육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문화체육관광부는 ‘점차 개선하려는 것이지 없애려는 것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을 바꿨으나 이 말을 신뢰할 사람은 없어 보인다.

세계의 무대가 전방위적으로 치열하고 국가, 개인 간 무한 대결이 되고 있는 것은 스포츠 분야도 다를 바 없다. 운동선수층이 넓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체육특기자들을 학교체육에서 몰아내고 동아리 취미활동으로 전환한다면, 세계무대에서 퇴보되는 것은 물론, 정조가‘무예도보통지’에서 주장했던 국가관에도 반하는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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