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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골목길, 피고 지고

 

관광의 트렌드도 많이 변화했다. 관광이 국립공원 중심의 자연경관에서 시작됐다면 대형 테마파크 시대를 거쳐 현재는 체험과 감성관광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중 감성관광은 관광객이 자연경관 또는 문화재 등을 단순하게 보고 가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의 따뜻한 감성과 열정이 담겨있는 문화와 생활상을 체험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골목길 투어다. 현재 다양한 형태의 골목길이 존재한다. 한옥, 근대유산 등이 집적된 역사문화 골목길과 이색적인 체험거리 또는 다양한 먹거리가 존재하는 특수상권 골목길로 구분할 수 있다. 최근 특수상권 골목길에 이상 징후가 드러나고 있다. 이미 예견되어 경고음이 있었다. 다만, 문제점을 주도하여 풀어야 할 주요 기관·단체의 서로 미룸에서 더 큰 문제를 발생시켰다.

골목길 상권의 원조 격인 이태원 ‘경리단길’이 2009년부터 서서히 인기를 끌었다. 그 파생으로 망원동 ‘망리단길’, 연남동 ‘연리단길’, 송파동 ‘송리단길’ 등이 ‘O리단길'의 이름을 얻으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지방도 경주 ‘황리단길’, 전주 ‘객리단길’, 부산 ‘해리단길’ 등이 인기를 끌었다. 전국은 ‘O리단길’열풍이었다. 약 2년 전부터 원조 격인 경리단길에 비상등이 들어왔다. 심각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임대료 상승으로 거주민 및 기존 상권이 내몰리는 현상)에서 시작됐다. 상업적인 공간이 늘면서 임대료는 급상승되고 독특한 문화를 이루었던 기존 상권은 또 다른 외부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서 영업했던 유명인사와 지역 협의체가 갖은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속수무책이다.

제품에도 생애주기(PLC:Product Life Cycle)가 있듯이 관광지도 있다. 대표적인 이론이 버틀러(Butler)의 관광지 생애주기(Tourist Area Life Cycle Model)로 시간에 따른 관광객의 변화를 기초로 총 6단계(탐색, 참여, 개발, 강화, 정체, 쇠퇴 및 재생단계)를 제시했다. 먼저 탐색단계로 자연경관이나 문화지역에 소수의 관광객이 있으며, 시설물은 거의 없는 상태다. 참여단계는 관광객을 위한 시설물 공급을 위해 지역주민이 참여하며, 관광시장이 발현된다. 다음은 개발단계로 자본력을 갖춘 상업시설이 입점되며, 많은 관광객과 지역주민 사이에 긴장이 조성되기 시작한다. 강화단계는 관광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관광객 증가율이 감소하고 시설은 오래되어 낙후되기 시작한다. 정체단계는 관광지의 인기가 서서히 떨어지고 있지만, 관광객 수는 최고조에 달하고 비즈니스용 부동산 거래량이 많아지는 형태를 보인다. 쇠퇴 또는 회복단계는 매력도가 계속 떨어져 관광객이 급감하여 쇠퇴하거나, 관광지의 콘텐츠를 보강하여 키테넌트(key tenant, 관광객을 모객하는 핵심상권)를 유치하는 회복전략을 수립하는 단계이다.

이태원의 경리단길은 2009년부터 시작되었다. 버틀러의 관광지 생애주기를 적용한다면 탐색단계부터 쇠퇴단계까지 10여 년이 소요되었다. 골목길을 대표하는 ‘O리단길’과 성격이 유사한 ‘가로수길’은 전국적으로 30∼40여 곳에 이른다. 경리단길 사례만으로는 골목길의 생애주기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지만 최근 특수상권 골목길의 성장과 경쟁을 고려한다면 10년 주기는 더욱 짧아질 수 있다. 골목길 또는 골목상권의 시작은 특별한 마케팅 없이 원도심 지역주민의 문화와 생활상을 체험할 수 있는 감성이라는 계기에서 시작되었다. 중앙 또는 지방정부의 관여보다는 일반 관람객들의 관심에서 촉발되었다. 골목길의 영광이 젠트리피케이션의 영향으로 생애주기를 마감하고 있다. 이후 지역의 쇠퇴와 침체는 불 보듯 뻔하다. 점차 심각한 사회문제로 점화될 수도 있다. 최근 중앙정부는 해운대 ‘해리단길’을 2019년 대한민국 최고의 골목길로 선정하였다고 한다. 활성화도 중요하지만 많은 골목길이 처해 있는 생애주기의 단계적 과정을 살펴보아야 한다. 또한, 생애주기를 다하고 있는 골목길의 회복전략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골목길이 지지 않고 항상 아름답게 피어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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