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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경쟁력키우기]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멘탈경쟁력

 

 

 

오래 전 언론사 미국특파원으로 근무할 때의 일이다. 가족과 함께 스키장에 갔는데, 거기서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앞을 볼 수 없는 여자 시각장애인이 스키를 타고 있었다. 시각장애인이 어떻게 스키를 탈 수 있을까? 두 명의 도우미가 양팔을 부축하면서 그녀의 스키 타기를 돕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내게는 그 장면이 충격과 감동으로 다가왔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그랬다면 어땠을까. 필경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서 ‘앞도 못 보는 주제에 별 걸 다 한다’는 식의 핀잔을 듣지 않았을까.

그 후 한국에 와서 나는 비슷한 광경을 부여 낙화암에서 볼 수 있었다. 시각장애인 다섯 사람이 인솔자의 안내로 낙화암에 올라 관광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어떻게 관광을 했을까. 손으로 바위를 만지기도 하고, 정자에 앉기도 했다. 그들은 손으로 낙화암을 보았고, 마음의 눈으로 낙화암을 감상했다. 나는 이 광경을 보는 순간 다시 한 번 그들에 대한 연민의 정과 함께 가슴 속에서 무언가 뜨겁게 북받쳐 오름을 느꼈다. 그것은 저들도 나랑 똑 같은 존재라는 각성이었다. 그렇다. 앞을 못 보는 시각장애인도 정상인과 똑같이 스키타기와 관광의 즐거움을 누릴 권리가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제도가 예전에 비해 많이 향상되고 개선되었다. 이는 곧 우리나라도 선진국으로 점점 가까이 가고 있다는 말이다. 장애인을 얼마나 존중하고 대우하느냐는 그 사회가 어느 정도 선진화되어 있는 지를 가늠하는 하나의 척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멀었다.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는 장애인 못된 것이 서러울 정도로 장애인이 대접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전신마비의 중증 장애인 이일세씨의 경우다. 한국에서 사고로 장애인이 된 후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에 입학한 이씨에게 학교 관계자가 물었다.

“당신이 공부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하려면 우리가 어떻게 해 주어야 합니까?”

이씨는 휠체어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화장실과 대학교 정문을 개보수해 줄 것을 요구했다.

대학당국으로서는 화장실 고치는 것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하버드대학교 정문을 개보수한다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하버드대학교는 미국독립선언이 있기 140년 전에 설립되었고, 정문은 바로 하버드의 전통이고 상징 아닌가. 장기간의 회의 끝에 대학당국은 이씨의 요청을 받아들여 하버드 정문을 휠체어가 편리하게 드나들 수 있도록 자동문으로 바꿨다. 당시 학생과 교직원 중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이씨 한 명이었다고 한다. 단 한 사람 장애인의 편리를 위해 대학교의 상징물을 훼손할 수 있는 나라가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이다.

장애인을 대우하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다. 여유 있고 자비심이 있는 사람들로 구성된 사회다. 누가 되고 싶어서 장애인 된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을까.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그 장애는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주어진 것 아닌가. 정상인 누구도 장애인이 될 수 있었고, 또 앞으로 될 수도 있다. 비장애인들은 빚진 자의 마음으로 장애인을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 선진사회일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있지 않을까. 그래서 장애인이 대접 받는 문화를 형성하고 있을 터다.

사회적 약자에게 관심을 가지고 자비를 베풀 수 있는 사람은 건강한 마음의 소유자다. 자기 문제에 얽매어 있거나, 마음의 갈등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은 여유롭고 자비로울 수 없다. 약자를 배려하고 섬길 수 있는 사람은 건강한 마음근육과 멘탈경쟁력을 갖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많아질수록 사회는 건강해 진다. 시각장애인의 스키 타기가 일반화되고, 장애인들이 기를 펴는 세상이 될 때, 비로소 선진국 대열에 당당하게 진입해 있는 우리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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