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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동칼럼]창립15년 다산연구소, 경기도 시대 열다

 

 

 

 

 

서울시교육청 인가를 받고 출범한 다산연구소가 마침내 서울 서소문 시대를 마감하고 경기도로 둥지를 옮겼다. 창립 15년 만에 제 자리에 왔다. 당연한 일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광역자치단체에 걸맞은 행보다. 지난달 수원 출신 김봉균 도의원이 대표 발의한 ‘경기도 실학연구 및 진흥에 관한 조례안’이 통과돼 길이 열렸다. 지난 16일 수원시 팔달구 경기문화재단에 입주했다. 다산연구소는 다산 정약용의 사상과 가르침을 오늘에 되살려 선진 사회 건설을 위한 제도개혁의 분위기와 환경을 조성하고 국민 의식 개혁을 이끌어 내고자 2004년 출범했다. 다산연구소를 창립 당시부터 주도하고 있는 박석무 이사장은 “다산의 유적지·생가·묘소·기념관·박물관 모두 경기도에 있고 그가 설계한 화성은 수원에 있다”며 “다산의 출신 지역에 자신이 설계한 화성으로 돌아온 다산연구소는 초심으로 돌아가 더욱 정성과 열성으로 다산을 연구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가 조찬 강사로 나선 도 단위 기관단체장 모임인 기우회(畿友會)나 경기언론인 클럽에서도 화성과 연관이 깊은 다산을 이야기하며 경기도로 옮기고 싶은 속내를 비치기도 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위대한 사상가이자 경세가(經世家)인 다산 정약용은 경기도의 인물이 아닌가. 경기도 광주(廣州)출신이다. 지금은 행정구역이 바뀌어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다. 다산은 일생 500여 권이 넘는 저술과 2천700여 수의 시를 남기고 75세의 삶을 일기로 마재마을 고향 집에서 세상을 떠났다. ‘1표2서(一表二書)’로 불리는 경세유표, 목민심서, 흠흠신서는 대표적 작품이다. 그의 학문세계가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후세들이 그 뜻을 헤아리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다산의 개혁정신과 인간 사랑의 정신, 실사구시(實事求是) 철학을 시대 정신으로 승화시키려는 이들이 있었기에 빛을 발할 수 있었다. 그 중심에는 다산학에 본격적으로 입문해 50여 년간 정약용 사상을 연구한 현 박석무 이사장이 있다. 그만큼 다산연구소의 존재 의의가 자못 크다. 다산유적지 탐방을 비롯해 실학 순례, 대학생 실학 캠프, 다산묘제, 다산목민대상, 다산도서전, 다산음악회, 정기 모임을 통한 주제 발표, 다산 정약용평전 출간, 경세유표 및 목민심서 저술 200주년 기념 학술대회, 다산해배 200주년 기념 행사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활동을 펼쳐왔다. 최근에는 형법서인 ‘역주 흠흠신서(欽欽新書)’를 발간했다. 전체 네 권으로 번역서 세 권과 원문서 한 권으로 구성됐다. 흠흠(欽欽)은 서경(書經)에 나오는 구절 ‘조심하고 조심하여 형벌을 신중하게 내려야만 한다’에서 따왔다.

앞으로 다산연구소는 할 일이 많다. 다산의 저서인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의 완전한 국역(國譯)사업을 비롯해 수많은 학자들의 연구를 통한 다산사상의 재해석과 보급, 다산을 세계에 알리는 국제화 및 국제교류사업 등을 펼쳐나가야 한다. 경기도가 이를 뒷받침해 줄 때 알찬 결실을 거둘 수 있다. 조선시대 실학은 경기도에서 일어나 꽃을 피웠다. 실학 정신을 계승하는데 이제부터 경기도가 중심역할을 해야 한다. 경기도실학연구센터를 설립해 실학 연구, 문화콘텐츠 활성화, 전문인력 양성 등도 추진해야 한다. 배다리 설계에서 재주를 보인 다산은 31세에 부친상으로 여막살이를 하는 동안 정조로부터 수원화성 설계를 명령받았다. 세계문화유산 화성이 다산의 작품이 아닌가. 다산연구소가 2016년 9월 ‘수원화성을 걸으며 정조와 다산을 만나다’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다. 18세기 조선문예부흥기 상징적인 유산 ‘화성’은 다산을 떠나서는 이야기할 수 없다.

경기도로 귀환한 다산연구소는 새롭게 체제를 갖춰야 한다. 이사회나 연구위원, 기획위원, 자문위원 등에 경기도 관련 인사들이 대거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열어야 한다. 대한민국 석학(碩學)들이 대거 참여해야 하지만 경기도내 대학교수나 사회지도층을 과감히 발탁해 다산사상 연구에 관심을 갖게 할 필요가 있다. 경기도가 내건 슬로건 ‘공정한 세상’은 다산의 공렴(公廉)사상과 일치한다. 공정하고 청렴한 공직문화가 확산되면 새로운 경기도가 만들어진다. ‘다산으로 깨끗한 세상을!’이라는 슬로건으로 출범한 다산연구소다. 다산의 실사구시정신과 공렴정신이 다산의 뿌리인 경기도에서 만개(滿開)되어 세상이 깨끗해지고 살만한 세상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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