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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예술문화’와 ‘산업사회’에 대한 소고

 

약방에 감초가 없으면 약을 처방할 수 없게 된다고 한다. 감초 하나로 보면 별것 아닌 약재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약의 효능과 전체 구성에서 보면 뺄래야 뺄 수 없는 중요한 가치를 갖기 때문이다. 이렇듯 이 나라에서 ‘예술인’으로 산다는 것은 ‘약방의 감초’와도 같이 현대산업사회의 성장가치 창출을 위해 많은 희생과 노력을 더하며 긴 세월을 국가발전을 위해 이바지하며 살아온 것이 사실이다. 이쯤 되면 우리가 대한민국의 예술인으로 살고 있거나 혹은 살아온 것에 대해 충분한 자긍심을 가지는 것 또한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른다.

한 국가나 지방정부의 가치체계를 규정짓는 척도는 예술문화를 중심으로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선진국의 척도가 경제지표(1인당 GNP) 외에 그 구성원의 삶의 질을 대변하는 문화라는 이름으로 평가하는 것 또한 이에 다름 아니다. 이는 경제적 독립뿐만이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의 동반완성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외국과 중산층의 개념이 현격한 차이를 보이게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의 그것은 경제적 관점으로 규정짓는 데 반해 유럽과 미국은 페어플레이정신 및 예술문화를 즐길 줄 아는 예술적 측면과, 사회적 약자를 돕거나 정기적인 책의 구매 등을 기준으로 중산층을 정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조선시대 중산층의 기준이 차를 달일 화로 하나와 봄 경치를 찾아다닐 나귀 한 마리, 겨울 솜옷과 여름 베옷 두 벌, 마지막으로 사람으로 살면서 의리를 지키고 도의를 어기지 않는 것이라 했다. 이를 보면 우리의 경우에도 나름의 향기 나는 삶과 멋스러움이 있었건만 어디서부터 이 단추가 잘못 끼워졌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꽃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 외형이 주는 시각적인 미뿐만이 아니라 향기라고 하는 2차 미 가 조합된 복합미의 완성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술과 문화를 빼고 그 가치를 평가한다는 것은 향기 없는 꽃에 다름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김구 선생의 ‘문화강국론’(“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중략) 오직 한없이 갖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은 경제적 가치에 초점을 맞추며 사는 현재의 우리에 경종하는 바가 크다하겠다. 아름다움이라는 정서적 가치가 경제 성장이라는 정량적 가치를 만났을 때, 그 둘이 합쳐져 무한한 발전에너지로 작용할 것이라는 선생의 혜안과 통찰이 진중한 무게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예술문화’는 일상과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대중은 그 속에서 스미듯 참여하고 즐길 수 있으면 그만이고, 문화생산자인 예술인들은 생산과 공급, 지원주체는 이 둘을 경청하고 가려움을 긁어주면 그뿐이다. 대중들의 삶이 예술이라는 가치체계와 공존하는 것이야말로 국가 혹은 그 지역의 궁극의 경쟁력이자 상생의 길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데 앞으로 우리사회는 얼마간의 시간이 더 필요할까? 이 물음의 의미가 자조적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우리안의 단면과 실상은 아닐지 그 되물음을 통하여 오늘을 돌아본다. 희망, 설렘, 기쁨이 있는 삶은 과연 그 안에 있는지! 하루 그리고 한 달, 일 년, 십년...을 기다려서라도 올 수만 있다면, 우리 예술인은 오늘 이 자리에서 또 그렇게 그가 속한 조직사회와 예술문화 발전을 위하여 기꺼이 열정과 헌신을 아끼지 않을 것이고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다. 언제쯤 우리사회는 그 구성원이 참여하고만족하는 진정한 “예술문화강국”이 될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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