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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배려(配慮)의 메아리

 

 

 

그 날 낡은 트럭으로 미군부대 청소를 끝내고 경인가도를 달리던 청년 조중훈은 외국인 여성을 봤다. 그녀는 고장 난 승용차 때문에 쩔쩔 매고 있었던 것이다. 조중훈은 땀을 펄펄 흘리면서 약 1시간가량을 무료로 수리를 해줬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어느 날 외국인 부부가 조중훈을 찾아왔다.

승용차의 주인은 미 8군 사령관의 부인이었으며 남편과 감사의 인사를 하러 온 것이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조중훈은 미 8군에서 나오는 폐차 차량을 얻게 되었고 모아진 자금이 바로 한진 그룹의 모태(母胎)인 대한항공과 한진중공업의 시작이었다.

대가 없었던 배려(配慮)의 메아리였다.



따뜻한 커피 한잔의 배려(配慮)

미국 필라델피아 백화점에 할머니 한분이 흡뻑 젖은 채 비를 피하여 들어왔지만 종업원들은 비에 젖어 누추하게 보이는 할머니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필립이란 젊은이는 “따뜻한 커피 한잔을 건네며 제가 도와줄 일이 있나요? 일단 여기 의자에 앉아 쉬세요”라고 배려(配慮)를 했다.

비가 멈추자 할머니는 필립의 명함을 받아가지고 백화점을 나갔다. 며칠 후 강철 왕으로 불리는 카네기로부터 필립에게 편지 한통이 왔다. 필립을 스코틀랜드로 파견하여 한 성곽을 장식하는데 사용할 주문서를 받아가게 하고 카네기 소속 대기업의 다음 분기에 사용할 사무용품 구매를 맡기겠다는 것이었다.

할머니는 카네기의 어머니

할머니는 카네기의 어머니였다. 이 인연으로 필립은 카네기의 손발이 되어 큰 공을 세웠고 전국의 도서관 100여 곳에 800만권의 책을 기증하는 등 좋은 일을 많이 했다. 친절한 배려(配慮)의 메아리였다.

필자가 수원교육청 장학사로 근무를 하고 있을 때였다.

6시가 되어 모두들 서랍을 잠그고 퇴근 준비를 하고 있을 때 40대 여자 분이 들어섰다. 뛰어 왔는지 가픈 숨을 몰아쉬면서 입을 열었다.

“죄송하지만 좀 도와주세요.” “아! 그러세요. 일단 여기 앉으세요.”라고 말을 하면서 의자를 내주었다. 필자는 약 1시간 동안 여자 분이 원하는 서류를 작성하여 봉투에 담아 건네주었다. 여자 분은 여러 번 고개를 숙이면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교육청을 떠났다. 다음날 낮선 남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배려는 아름다운 것

“양 장학사님이시죠? 저는 G대학교 부총장입니다. 어제 저의 집사람이 장학사님께 신세를 많이 졌다고 합니다. 퇴근 시간이 지나서까지…”

“제가 수원이 집이라서 우연히 수원지방의 신입생 명단을 보다가 양 장학사님의 자제분과 이야기를 하게 됐어요. 기숙사에 배정이 안 되어 걱정이라고 해서 제가 G대학 바로 옆에서 집을 사서 살고 있어요. 그래서 마침 저의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빈방이 하나 있어서 주기로 했으니 염려마세요”

“……”

고마워서 뭐라고 말을 하려는데 부총장이 “다음 달에 수원에 가니 그날 둘이서 술이나 한 잔 해요”라고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큰 배려(配慮)는 아니지만 어떻든 배려(配慮)의 아름다운 메아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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