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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여행]남계서원을 가다1

 

 

 

2019년 7월 한국의 서원 9곳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등재된 한국의 서원으로 함께 여행을 떠나보자. 첫 번째로 갈 곳은 함양에 있는 남계서원이다.

남계서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에 이어 두 번째로 세워진 서원이다. 하지만 정유재란으로 인해 완전히 소실되었다. 현재의 위치에 복원된 것은 광해군 4년(1612) 때이다. ‘남계’라는 사액을 받은 것은 명종 21년이다.

남계서원은 소나무 숲을 등지고 강을 바라보는 곳에 자리해 있다. 배산임수로 명당의 자리에 터를 잡은 남계서원의 ‘남계’는 서원 앞으로 흐르는 남강의 옛 이름을 일컫는다.

주차장에서 공원을 가로질러 남계서원으로 향하면 제일 먼저 홍살문을 마주한다. 홍살문은 한눈에 봐도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모습이다. 아쉽게도 홍살문 중앙의 태극문양 부분이 사라졌다. 덕분에 앞니가 빠진 홍살문이 되어 신성한 공간을 상징하는 위엄이 조금은 허술해졌다.

홍살문을 지나 남계서원의 정문을 향해 가면 2층의 풍영루가 눈에 들어온다. 기단위에 세워진 기둥이 이색적이다. 아래층은 화강석 기둥이고 2층은 나무 기둥이다. 2층은 계자난간으로 둘러싸여 한 층 멋스러움을 더한다. 안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풍영루 아래 문으로 들어가야 한다. 3칸으로 되어 있는 문은 가운데 문이 조금 더 크고 좌우 문은 그보다 더 작다. 가운데 문은 혼이 다니는 문이고 좌우의 문은 사람이 다니는 문이다. 이 문이 남계서원의 공식적인 정문 ‘준도문’이다. 준도문 편액은 안으로 진입해 뒤돌아서 보아야 만날 수 있다.

안쪽으로 난 계단을 통해 2층 누각으로 올라서자 사방이 시야에 펼쳐진다. 사방이 모두 개방되어 있다. 준도문으로 서원의 안과 밖을 구분한다면, 2층 누각의 풍영루는 서원 안과 밖을 다시 연결하고 있다.

풍영루에의 볼 거리는 풍경만이 아니다. 고개를 들어 천정을 쳐다보면 갖가지 문양들이 펼쳐진다. 보와 도리에 다양한 문양으로 단청을 했다. 특히 용문양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용이 풍영루를 유유히 날아다니는 듯한 상상에 빠져들게 된다.

풍영루는 서원의 휴식공간에 해당한다. 남계서원의 유생들은 이 곳에서 교류를 하고 쉼을 가졌다. 풍영루라는 이름은 ‘풍호무우(風乎舞雩) 와 영이귀(詠而歸)’에서 한자씩 따온 것으로 이는 공자와 그의 제자 증점의 대화에서 나오는 글귀이다.

공자가 제자들에게 각각의 포부를 말해보라고 하자 증점은 다른 제자들과 달리 ‘늦은 봄날 어른과 동자들을 데리고 기수에 가서 목욕하고 무우에서 바람쐬고 시를 읊으면서 돌아오겠다’라고 답한다. 공자는 증점의 맑고 깨끗한 기상을 칭찬했다는 일화에서 ‘풍광을 즐기로 시를 읊조린다’는 의미의 ‘풍영루’가 만들어졌다.

그러고 보면 남계서원의 유생들은 풍영루에서 단순한 휴식이 아닌 증점의 깨끗한 기상을 닮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풍영루에 내려오면 안쪽 좌우로 연당이 있다. 여느 서원에서는 만나기 힘든 요소이다. 독특한 사각형의 연당은 호박돌을 쌓아 만든 석축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연당 안에는 연꽃이 가득하다. 풍영루 쪽으로 물길을 만들어 내었다. 물길의 시작점에는 돌계단이 만들어져 있어 연당으로 내려갈 수도 있게 되어 있다. 덕분에 연꽃연당은 완전한 사각형의 모습이 아닌 사각형의 한 모서리가 삐쭉 튀어나온 모습이 되어 있다. 사각형으로 딱 떨어지는 것보다는 연당을 바라보는 재미가 더하다. 이 연당에 연꽃이 활짝 피었을 모습을 상상하니 멋스러움은 배가된다.

풍영루는 1년 중 12월과 같은 느낌이다. 2019년을 잘 마무리 하고 2019년의 마무리 되는 일상들은 또 다시 2020년의 새로운 시작의 밑거름이 되니 이는 곧 준도문과 풍영루의 상징과 상통한다 할 수 있을 것이다. 2020년, 물질이 최상인 현대의 사회에서 증점과 같은 맑고 깨끗함을 조금이나마 간직할 수 있는 한해가 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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