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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한 종지의 소금을 대하고서는

 

 

 

한 종지의 소금을 대하고서는

                        /문태준



그릇에 소금이 반짝이고 있다



추운 겨울 아침에

목전(目前)에

시퍼렇게

흰 빛이

내 오목한 그릇에

소복하게 쌓였으니



밤새 앓고 난 후에

말간 죽을 받은 때처럼



마음속에 새로이 생겨나는 시(詩)를 되뇌듯이

박토(薄土)에 뾰족이 돋은 마늘 촉을 보듯이



-문태준 시집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하얗고 깨끗한 것을 보면 누구나 마음이 정화됨을 느낀다. 그 크고 작음의 정도는 처해있는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추운 겨울 아침 소복하게 쌓여있는 흰빛을 보면 누구나 그 빛에 감화되기 마련이다. 그것이 아주 짧은 순간일지라도 밤새 앓고 난 후에 말간 죽을 받은 때처럼 새로운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다. ‘마음속에 새로이 생겨나는 시(詩)를 되뇌듯이,’ ‘박토(薄土)에 뾰족이 돋은 마늘 촉을 보듯이,’ 내 오목한 그릇 같은 눈에 담기는 저 흰빛, 그 시퍼렇도록 싱싱함이 주는 저, 그것은 백지 위에 그림 한 점 다시 그려보고 싶다는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이다. 주저앉아 있던 생명에 새 생명을 발아하게 하는 힘의 원천이 되어주는 것이다. /서정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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