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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돼지가 더럽게 사는 이유

 

 

 

옛날 어느 숲속에 돼지 가족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새끼돼지가 혼자 산책길에 나섰다. 눈앞에 샘터가 보였다. 마침 목이 마르던 차라 샘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 시간 가까운 숲속에서는 호랑이가 사슴 한 마리를 포식하고 있었다. 배부른 호랑이는 목이 말라 근처 샘터로 찾아갔다. 호랑이가 가까이 오자 물을 마시고 있던 새끼돼지는 공포에 얼어붙었다. 이젠 죽었구나 하고 숨을 죽인 채 호랑이의 행동을 살피고 있었다. 배부른 호랑이는 새끼돼지가 눈에 차지 않았다. 그냥 물을 마시고 샘터에서 몸을 돌렸다. 그런데 새끼돼지 눈에는 호랑이가 자신에게 겁을 먹고 도망치는 것처럼 보였다. 저것 봐라, 호랑이도 별 것 아니구나. 새끼돼지는 용기백배하여 호랑이에게 소리를 질렀다.

“야! 너 이 자식 나하고 한판 붙자.”

호랑이가 뒤돌아보니 새끼돼지가 겁도 없이 눈을 부라린 채 으르렁거리는 것이었다. 호랑이는 하도 우스워서 지나가는 소리로 한마디 했다.

“그래, 오늘은 배가 부르니까 내일 정오에 이곳으로 오너라 상대해 줄게.”

그리고 호랑이는 수풀 속으로 사라졌다. 이를 본 새끼돼지는 기고만장했다. 그길로 가족들을 찾아갔다. 그리고는 큰 소리로 자랑을 하기 시작했다.

“호랑이도 별 것 아니야. 내가 앞발을 세우고 으르렁거리니까 꼬리를 내리며 도망치더라니까, 비겁하게 내일 그곳에서 만나 한판 붙자는 거야.”

이 말을 들은 돼지엄마가 절망에 차서 울부짖었다.

“이놈아? 이 어리석은 놈아. 호랑이가 꼬리를 내린 건 네놈이 무서워서가 아니야, 배가 부르니까 내일 네놈을 잡아먹겠다는 소리야.”

그 말을 듣고 보니 새끼돼지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겁에 질려 하소연을 했다.

“엄마? 그럼 난 어떡해? 내일 나가면 죽을 것 아냐?”,

“죽지 않고, 이놈아?”

“그럼 난 내일 안 나갈래.”

새끼돼지는 공포에 질려 뒷걸음질을 쳤다. 이를 본 아빠 돼지가 말했다.

“안 나가면 호랑이가 여길 찾아올 텐데. 그럼 우리 가족은 몰살을 당해.”

“그럼 어떻게 해?”

새끼돼지는 공포에 질려 울음을 터트렸다. 아빠 돼지가 말했다.

“나가거라. 길은 하나밖에 없다. 가기 전에 네놈 몸에 더러운 진흙과 똥을 잔뜩 처발라라. 그렇게 해서 호랑이가 입맛이 떨어지게 만들어야 한다. 더럽고 추악해서 호랑이가 코를 싸매고 도망치게 만들어야 한다.”

가족들이 달려들어 새끼돼지의 몸에 더러운 진흙과 똥으로 칠갑을 시켰다. 이튿날 정오에 새끼돼지는 흉악하고 더러운 모습으로 샘터로 나갔다. 호랑이가 보니 더러워서 만정이 떨어졌다. 그보다도 어떻게나 냄새가 흉악한지 잡아먹을 수가 없었다. 하도 더럽고 추해서 호랑이는 그만 발길을 돌렸다. 이를 본 돼지 가족은 한 가지 교훈을 얻었다. 더러우면 호랑이도 잡아먹지 않는다는 사실을….

사람도 그렇다. 더럽고 인간답지 못하면 친구가 없다. 어떤 사람이 더러운가? 오직 자신만 알고 이웃을 모르는 사람이다. 비록 가난하지만, 품격을 지니고 사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비단옷에 천만금을 거머쥔 거부나 권력자이지만 그가 인간의 정도를 벗어나 악행으로 살았다면 그 또한 똥칠한 돼지처럼 더러운 인간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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