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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쥐의 해와 공존의 지혜

 

 

 

기해년(己亥年)에서 경자년(庚子年)이 되니, 주인공이 돼지에서 쥐로 바뀌었다. 쥐는 모든 포유동물 가운데 가장 번성하여 그 숫자가 포유류 전체의 약 3분의 1이란다. 간지(干支)에서 12지(支) 중 첫 번째일 만큼 인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인간과 쥐는 80%의 유전자가 같고 99%는 비슷하다. 그래서 실험용으로 많이 쓰이는데, 그 밖에는 전염병을 옮기거나 곡물을 축내는 등 대체로 해로운 존재로 인식되어 왔다. 인간과 쥐는 친한 사이는 아니더라도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일정한 선을 지키며 수천년간 공존해 왔다. 쥐는 인간이 사는 곳에 터를 잡고, 인간을 따라 신대륙을 정복했다. 쥐를 독약이나 덫으로 잡을 경우 완전히 제거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살아남은 쥐의 생존 조건을 바꿔 쥐를 더욱 크고 강하게 하고, 뛰어난 번식력으로 그 숫자는 더 늘어나게 된다. 그들은 인간이 살아있는 한 인간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그들이 주는 피해를 최소로 줄이면서 그들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는 것이 인간의 지혜인 것이다.



서로 친하지 않더라도 죽기살기 아닌 공존을 모색해야

“지금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 첫 단락에 나오는 문구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사회적 갈등은 점점 심각해지고 더 증폭되고 있다. 대선과정에서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뽑으면 국민들이 반으로 나뉘어서 분열되고 5년 내내 싸우게 될 것”이라고 했다던가. 정말 지금의 사회를 정확히 예측해서 한 말인지 궁금하다. 정치적 갈등은 사회적 갈등 중에서 제일 심하고 또 다른 갈등으로 확대 재생산된다. 현재의 정치적 갈등은 검찰개혁이라는 대선공약에서 출발한다. 검찰을 통한 적폐청산의 와중에 그 검찰을 개혁한다는 모순은 이른바 ‘조국사태’로 폭발하였다. 검찰의 현 정부 인사에 대한 수사를 빌미로 여권은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을 밀어붙였다. 이들 법안의 관철을 위해 국회 과반의석 확보가 필요했고, 소수당의 협조를 위해 공직선거법을 양보하였다. 이는 제1야당의 극렬반대를 불러 왔는데, 누구나 예측할 수 있던 일이다. 그런데 검찰제도는 수십년간 이어진 우리 사회의 기본 시스템이다. 사회 시스템의 개조는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지도 않지만, 구성원 모두의 공감대가 없으면 반발과 퇴행을 막기 어렵다. 따라서 폭넓은 대화와 시간이 필요하다.



정치적 합의가 어려우면 합의로 가는 절차라도 합의해야

정치권을 보면 예전에 시골 돼지우리의 진창에서 먹을 것 가지고 싸우던 돼지들이 떠오른다. 원래 돼지는 깨끗한 동물인데 인간이 그런 환경을 만들어줘서 그렇다고 한다. 돼지해를 보내고 맞은 쥐의 해, 인간과 쥐의 공존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 여야, 좌우의 대립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사고로 양보하면 해결된다. 몇 번의 정권교체를 경험하면서 민주화 이전의 대립이 극복될 줄 알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과거 자신의 처지를 잊고 서로 입장만 바꿔 싸우기만 한다면 동물보다 나을 것이 없다. 역지사지가 어렵다면 서로 인적 교류를 넓혀야 한다. 여당과 야당, 검찰과 경찰,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서로 인사교류라도 하면 돌파구가 열릴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감정적으로 꽉 막혀있는 현재는 쉽지 않겠다. 그렇다면 절차적 정의를 확보하는 것이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 내용적 합의가 어렵다면 일단 절차에만 합의하고 결과에 무조건 승복해야 한다. 국가적 사안이라면 선거결과 구성된 국회의 다수결에 따라야 한다. 그러려면 선거결과 만들어진 다수이어야 하고, 소수당도 그 수만큼은 존중되어야 한다. 다만 현재의 정치지형은 지난 선거결과가 아니라 변형된 상태이므로 다음 선거에서 국민에게 물어봐야 한다. 합의된 절차와 과정이 아니라면 우연한 다수일 뿐이다. 그래서 패스트트랙을 거쳐 통과된 선거법이 걱정된다. 준연동형비례대표제는 비례의석만 노리는 위성정당이라는 편법을 낳을 태세다. 정말 그렇게 되면 선거결과 불리해진 정당들은 선거결과에 불복하고 제도권 밖의 극한투쟁으로 나갈 것이다. 물론 그 전에 선거구 획정이라는 절차가 남아있지만 여야 합의는 벌써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4월 총선거가 치러지기는 하겠지만 이후 사회통합은 신기루처럼 멀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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