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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칼럼]눈맞춤

 

 

 

 

 

언젠가부터 눈을 감는 버릇이 생겼다. 마음이 힘들 때 그리고 누군가가 그리울 때 그냥 눈을 감는다. 눈을 감으면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고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단지 눈꺼풀을 닫는 것 이상으로 눈을 감는 행위는 생각을 확장시킨다. 생각은 추억과 사람을 소환하고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렇게 보면 눈은 말로 설명하지 못하는 다양한 우리의 감정을 고스란히 비춰주는 거울인 셈이다.

그래서 필자가 대인관계에서 중요시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눈맞춤이다. 눈을 보면 상대의 기분이나 깊은 마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마음이 아프면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눈은 눈물로서 또는 눈을 감음으로써 힘듦을 표현할 수 있다. 입은 거짓을 이야기 할 수 있지만 눈은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눈을 마음의 거울이라고 하지 않던가.

눈맞춤은 사회적 상호작용의 기초적인 단계로 사회심리학분야에서는 이 눈맞춤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되어왔다. 심리학자 메러비안은 소통을 위한 상호작용에는 말과 같은 언어적인 것과 손짓, 표정, 눈짓과 같은 비언어적인 것이 있는데 우리가 상호작용을 할 때 의외로 비언어적인 수단을 더 많이 사용한다는 것을 밝혔다. 일명 ‘메러비안 법칙’으로 이 법칙은 커뮤니케이션에 관여하는 요인을 분석해보니 커뮤니케이션의 93%는 말이 아니라 비언어적 형태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1986년 미국에서 실시했던 낭만적인 실험도 있다. 서로 모르는 남녀48명을 모집한 후 A그룹에게는 특별한 조건을 제시하지 않고 B그룹에게는 2분간 상대방의 눈을 바라볼 것을 지시했다. 2분후 A그룹과 달리 상대방의 눈을 바라볼 것을 지시받은 그룹의 남녀는 눈맞춤만으로 서로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했다.

또 다른 연구도 있다. 사랑하는 관계는 눈빛만으로 그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다. 눈맞춤을 자주하는 부부와 그렇지 않은 부부를 대상으로 추상적인 단어 맞추기 실험결과 눈 마주침이 있는 부부는 눈빛만으로도 상대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답을 맞췄으나 그렇지 못한 부부는 추상적인 단어와 상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향이 높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사랑을 기억하는가? 그러면 사랑하는 이의 눈, 그리고 그 눈 속의 마음도 기억할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눈으로 모든 말을 하기 때문이다. 반면 상대가 싫다는 표현은 눈을 피하는 것으로 알 수 있다. 또 건강한 관계를 판단하는 데는 눈맞춤이 얼마나 자주 있으며 어떻게 눈맞춤을 하고 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상대방의 눈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은 당신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고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더구나 눈이 마주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상대에게 사랑에 빠질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2020년 경자년(庚子年)이 시작됐다. 새로운 10년의 시작을 알려줄 2020년은 밀레니얼세대(1981~1996년생)가 소비 주체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시기인 동시에, 스마트폰 문화에서 자라난 Z세대(1995~2003년생)가 새롭게 떠오르는 시기라고 한다.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는 흔히 `나홀로족 라이프`를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새해에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져 더 ‘개인화’된 시대로 가게 될 것이다. 사람에 대한 존중은 사라지고 사람이 도구로 사용되는 개별화되고 파편화된 시대에 더욱 요구되는 것은 ‘관계의 기술’이다. 관계는 마주침이니 눈의 마주침에 더 공을 들어야 한다.

우리가 다 아는 초코과자가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그 정(情)도 그저 ‘가만히 바라보면’ 그 말이 무슨 말인 줄 안다고 했다.

새해에는 서로 조금 더 자세히 봐주고 조금 더 오래 눈을 마주치면서 상대의 감정에 공감해주자. 너의 눈을 보며 네 마음을 읽기, 새해 결심으로 아주 멋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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