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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도 새마을旗 44년 만에 무거운 짐을 벗다

44년. 경기도내 관공서에서 펄럭이던 새마을기(旗)가 무거운 짐을 내려놓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그 세월동안 기(旗)는 국기게양대에서 태극기와 나란히 다사다난한 일들을 지켜봤다. 1976년 정부의 의무 게양지침에 따라 지고 있던 무거운 짐을 이제야 벗고 내려 오게 됐다. 기(旗)의 유래는 모태(母胎)인 새마을운동(운동)과 궤를 같이 한다. 1990년대 이후 공과(功過)에 대한 이견(異見)들이 대립해 온 이 운동은 1970년 범국민적 지역사회 개발운동으로 출발했다. 기본 정신은 근면·자조·협동이며 국가발전을 가속적으로 촉진시키려는 목적이었다. 기(旗)는 운동 출범 후 3년 뒤인 1973년 6월에 제작, 보급됐다. 그 후로 또 3년이 지난 1976년 의무화 된다. 깃면의 바탕은 농촌의 녹색혁명을 상징하는 녹색이고, 노란색 새마을 표장과 함께 ‘새마을’이라는 노란 글씨가 새겨졌다. 1994년 대통령 행정쇄신위원회 결정에 따라 자율 게양으로 변경됐지만 서울시(1995년)와 광주광역시(2017년)를 제외한 관공서 대부분에서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새마을운동과 겹쳐지는, 일부에서 ‘한국경제부흥의 아버지’로 우상화하는 전직 대통령의 보이지 않는 영향력과 실존하는 새마을단체의 반대 때문이었다. 도 역시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기(旗)의 ‘전면 올림(게양)중단’이 아니라 짝수달에만 올리는 완충지대를 마련했다. 홀수달에는 도정 깃발인 ‘공정기’나 각종 행사 깃발을 올리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단, 세월호 참사 추모 시기나 주요 행사가 있을 때에는 해당 깃발로 교체하는 예외 규정도 마련했다.

이처럼 오래된 관행, 특히 유야무야(有耶無耶) 뇌리에 깊히 박힌 인물과 상징을 한순간에 없애는 것은 쉽지 않다. 자신들의 영웅과 상징이 갑자기 무너지는 상황은 그 자체로 혼돈상태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크거나 작거나 충돌은 기본이다. 안착(安着)을 위해서는 상대방을 다독이려는 진심이 깔린 대안 제시가 필요하다. 이 지사의 선택도 이와 같았다. 지난해 경기도에서 열린 새마을중앙회 전국대회 유치를 지원했고 기(旗)의 제한적 게양에 대한 양해를 얻어냈다. 이 지사의 장점인 ‘감성의 정치행정력’이 가져온 ‘타협의 미학’이다. 새마을운동의 긍정적 가치를 인정하면서 철옹성을 흔들어 ‘절반의 내림’을 받아냈다.

‘존중의 정치철학’이 수십년 동안 펄럭였던 관행과 기득권의 상징을 내리게 했다. 어쩌면 ‘새마을’ 스스로가 내려놓을 수도, 내려놓기도 힘들었던 그 짐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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