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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영국 레딩박물관 ‘바이외 타피스트리’

 

 

 

프랑스 북역에서 유로스타를 타고 도버해협을 건너 도착한 킹스크로스역은 1852년에 세워진영국 런던 철도역이다. 유럽대륙을 연결하는 철도역 답게 헤리포터의 명성까지 더해져 국제적인 면모를 자랑 한다.

킹스크로스역에서 차로 1시간 걸쳐 도착한 레딩(Reading)은 영국 잉글랜드 남부 버크셔주의 도시로 템스강과 케닛강의 합류 지점에 위치한다. 런던 근교의 부유한 주거환경지로 문화, 교육, 교통의 중심지이다. 1840년에서 1945년 사이에 증기기관차 철도와 산업을 위한 공장들이 세워지면서 산업도시로 형성되었다. 지금까지 도시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붉은 벽돌의 집들은 그때 세운 것이다.

다운타운은 24년전에 방문 했을때의 고풍적이고 낭만적인 모습은 사라지고 거대한 도시로서의 리모델링이 한참 중이다. 하지만 유럽의 대도시들의 건축정책처럼 오래된 외관을 간직한채 실내를 다목적 쇼핑센터로 변화 시켰다. 마침 블랙프라이데이의 시작으로 일년동안 기다린 쇼핑을 하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것은 백화점 카페에서 많은 노인들이 일하고 있었다. 그들의 느린 걸음도 주문도 모두들 당연하다는 듯이 느긋하게 일상처럼 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오랜된 석조건물 시청 바로 옆에는 고풍스러운 레딩박물관이 있다. 1층은 레딩의 선사시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역사를 한눈에 볼수 있는 유물들이 배치 되어 있고 2층과 3층은 두루마리 형식으로 수놓은 ‘바이외 타피스트리’ 복사본 단 한점만이 전체에 펼쳐져 있다. 4층은 기획전시실과 강이 많은 레딩 지역에 사는 동식물의 박제 작품들이 전시 되어 있다.

‘바이외 타피스트리’는 950년전 1066년부터 1077년에 11세기 정복왕 윌리엄 1세 업적과 신화을 구체적으로 수놓은 중세 유럽의 모습과 노르망디공 윌리엄의 잉글랜드 정복이 섬세하게 묘사한 역사적 자수 작품이다. 유네스코는 2007년 이 작품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했다. 총 32개의 장면을 1064년부터 2년여간의 역사적 실화를 라틴어로 설명을 적고, 청록색, 녹색, 황색, 회청색, 남색, 진녹색 등 색실이 화려하게 수놓았다. 이 작품은 폭 50㎝에 길이 70m인 대형 작품으로, 11세기 중세 유럽의 생활상을 담아 역사 연구에도 중요한 재료로 평가된다.

영국이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의 바이외성당에 보존된 ‘바이외 타피스트리’를 엘리자베스 2세 대관식이 있던 1953년과 헤이스팅스 전투 900주년이던 1966년에 이 작품을 빌리려 했으나 성사 되지 않았다. 작품의 크기와 무게 때문인지 프랑스 내에서도 1803년과 1945년 파리에서 전시된 것을 제외하고는 이동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영국이 브랙시트에서 벗어나도 프랑스하고 변함없는 유대관계를 맺는다고 프랑스 마크롱대통령이 임대해 주겠다고 발표해서 영국을 흥분하게 만든 그 ‘바이외 타피스트리’를 1885년에 스텐퍼셔주 자수협회 엘리자베스 회장과 회원 35명이 일년동안 손으로 수놓아 그대로 복사하여 재현 했다. 영국과 미국, 독일 전시를 거쳐 1895년부터 레딩 박물관에 보관 전시 중이다.

레딩박물관에서 바이외 타피스트리 유물을 재현한 복사본을 보면서 정조대왕 반차도가 생각 났다. 정조대왕 반차도는 1795년(을묘년) 정조의 어머니인 혜경궁홍씨의 회갑연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되었던 「원행을묘정리의궤」에 수록되어 있는 그림이다. 이 잔치를 위해 정조는 어머니를 모시고 화성으로 행차하게 된다. 이 행사는 총 8일에 걸쳐 시행되는데 서울에서 수원을 오갈 때의 사람들의 행렬과 문화를 당대 최고 화가인 김홍도, 김득신, 이인문, 장한종, 이명규가 그렸다.

아름다운 강과 호수에 둘러 쌓여 많은 성과 깊고 푸른 숲이 있고, 가까이는 윈저성과 조정경기로 유명한 헨리가 있는 레딩과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세계문화유산을 가진 수원과의 교류를 꿈꿔 보는 것은 먼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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