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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백]다시 어머니를 생각하며

 

 

 

경자년 새해가 밝았다. 해마다 새해를 맞으며 돌아보면 아쉬움이 남아 후회를 하게 된다. 지내고 나면 작은 일에도 상처받고 최선을 다하지 못한 일들이 많다. 모든 일에 더 열심히 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작품도 더 열심히, 더 치열하게 쓰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

부모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자주 전화도 드리고 찾아뵈어야 하는 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나에게는 시부모님은 다 돌아가시고 친정어머니만 계신다. 나이가 이렇게 먹도록 어머니는 늘 어릴 때 그 어머니로 계신다. 어머니 눈에도 이 딸이 나이를 먹었어도 어린아이로 보듯 다를 바 없다.

영국문화협회가 세계 102개국, 4만 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어단어가 ‘어머니’였다고 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어단어는? Mother(어머니), 그럼 두 번째 아름다운 영어단어는? Father(아버지)였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두 번째는 Passion(정열), 세 번째는 Smile(미소), 네 번째는 Love(사랑)였다고 합니다. 미안하지만 열 번째도 Father는 없었고, 일흔 번째도 Father는 없었습니다.”

우리에게 많은 웃음을 남겨주고 떠난 故 황수관 박사는 방송 강의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는 어머니’라는 제목의 강의를 통해 많은 사람을 울게 하였다.

필자는 태어나 3살 때 홍역을 심하게 앓아 누구나 다 죽는다고 했다. 그때 어머니의 헌신적인 보살핌과 사랑으로 기적 같이 살아났다고 한다. 그러나 보는 사람마다 아무래도 사람 노릇 못할 것 같다고 혀를 찼다고 한다. 갑자기 뛰어다니던 아이가 뼈만 남아 걷지도 못하고 머리카락까지 다 빠져버렸다고 한다. 아무리 맛있고 좋은 음식을 구해 먹여도 먹지를 않아 어머니의 근심은 이루 말할 수 없었으리라. 아이도 몸이 아프니까 짜증만 내고 울기만 했을 것이다. 모든 음식을 안 먹다가도 사과를 구워서 숟가락으로 떠먹이면 그건 받아먹었다고 한다.

어느 날 지나가던 할머니께 물 한 잔 대접할 때 “애가 왜 저 모양이냐?”며 물어보셔서, 어머니는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그 할머니는 개구리를 잡아 푹 고아 먹여 보라고 하셨다고 한다. 그때부터 여름내 식구들(삼촌 고모)이 총동원하여 들로 산으로 개구리를 잡으러 다녔다고 한다. 한 3개월을 정성 들여 먹였더니 거짓말처럼 살이 붙고 다시 뛰어다녔다고 한다.

젖먹이 때도 열만 오르면 경기를 일으켜서 어머니를 놀라게 했다. 어머니는 엄동설한에도 시 오릿길을 달려가 한의원을 찾았다고 한다. 어린 시절엔 툭하면 아파서 학교에 못 간 적이 많았다. 병약했기에 누구보다도 어머니께 걱정을 많이 끼쳐 드린 것이다. 위급한 상황이 벌어지면 어머니는 자기 몸이 보이지 않는다. 참으로 지극한 모성애이다.

필자는 어머니의 기도로 살아온 사람인 것이다. 어머니는 무능한 아버지 때문에 참으로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오셨다. 무엇보다 4남매를 굶기지 않으려고 닥치는 대로 일을 하셨다. 그렇기에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생을 하셨다. 더구나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자 어떡해서든 자식들과 살아야 했다. 젊은 어머니에게 눈물은 사치에 불과하였다.

평생을 여장부처럼 씩씩하게 자식들 거두며 살림을 꾸려오셨다. 이제는 연세 드셔서 편하게 사실 수 있는데도 늘 자식 걱정이 끝없다. 오히려 늙어서 짐이 될까 아파도 전혀 아프단 말씀을 안 하시고 괜찮다고만 하신다. 저만치 걸어가시는 구부정한 뒷모습을 보면 가슴이 먹먹하다.

사뿐히 소나무에 올라앉은 초승달/어머니 어깨 위에 얹힌 사 남매 무게/평생을 짊어진 채로 뼈 다 닳은 바람벽//눈물도 사치였던 뒷모습이 울먹인다/낙타처럼 짐 진 채 온몸 다 내주고도/늙어서 더 짐이 될까 “괜찮다, 다 괜찮다.” -진순분, 「짐」 부분

이 세상에서 가장 숭고하고 아름다운 단어는 “어머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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