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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괜찮을까요?”

 

 

 

포항 북부시장 앞 자동차가 한두 대 오갈 수 있는 골목길이었던 것 같다. 손님이 아무도 없는 빈 미용실 문을 열며 나는 말문을 열었다.

“계세요? 염색을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내실로 연결되는 방문이 열리고 한 아주머니께서 밖으로 천천히 나오시며 환하게 웃으셨다.

“저, 휠체어를 탄 어머니라 몸이 좀 불편하신데 괜찮을까요?”

결코 크지 않은 목소리였지만 환한 미소 끝에 힘을 주어 말씀해 주셨다.

“당연히 괜찮지요.”

병원 주변을 몇 번을 오르내려도 도무지 휠체어가 오르기에는 턱이 높은 미용실만 있었지 들어갈 수 있는 미용실이 없었던 나는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아주머니께서는 망설임 없이 어머니를 편안하게 휠체어에 앉힌 채로 염색을 시작하셨다. 누워있는 시간이 많은 환자라 머리카락도 힘이 없고 하니 염색만 하고 아주 예쁘게 다듬어주시겠다고 했다.

그제야 마음이 편안해진 나는 미용실 안을 둘러볼 수 있었다. 머리를 할 수 있는 의자가 두 개, 손님들이 앉아서 기다릴 수 있는 소파가 하나. 벽에는 착한가격업소라고 적혀있는 표식이 붙여져 있고, ‘사랑’이라는 제목의 글귀가 표구된 액자도 하나 걸려 있었다. 가족인 듯한 사진들이 오밀조밀 붙어있는 작은 소품들 사이로 생기 있는 화초들이 틈새마다 자리를 잡고 올망졸망 자라고 있었다. 하나같이 눈을 틔우고 있거나 꽃을 피우고 있는 화초들이었다.

“철쭉이 1월인데도 이렇게 활짝 꽃을 피울 수가 있을까요?”

“그러게요, 작년에도 그렇게 예쁘게 꽃을 보여주더니 올해도 그러네요. 참, 사랑스럽죠?”

사랑초가 하트 이파리를 한껏 펼쳐 보이는 세면대 옆으로는 문득, 제법 크기가 있는 어항이 그림처럼 앉아 있는 게 보였다. 수십 마리는 되어 보이는 열대어가 오르내리며 헤엄을 치고 있는 모습이 그렇게 여유로울 수가 없었다. 한참을 들여다보자니 마치, 고요한 물속에 내가 들어있는 것처럼 내 마음까지 평화로워지는 것 같았다. 염색약을 까맣게 바르고 잠시 졸고 계시던 어머니께서 갑자기 생기 있는 목소리로.

“아이구야, 폴폴 날아다니는 게 저게 살아있는 거네.”

“네, 십자매가족이에요. 얼마나 사이좋게 지내는지 몰라요.”

그랬다. 엄마는 소품들 위로 천장까지 닿아지게 올려져있는 새집을 보셨던 것이다. 그때서야 올려다보게 된 새집에선 십자매 세 마리가 포르르, 포르르 날아오르며 연신 사랑을 퍼내고 있었다. 까맣게 물들인 머리를 감고 다듬어 당신 마음에 들게 예쁘게 모양을 내고서야 어머니께서는 환하게 웃으셨다. 그렇게 밝은 모습은 참 오랜만이었다. 울퉁불퉁한 도로 위를 몇 번씩이나 오르내리고서야 발견한 작은 공간, 미용실. 그곳에서 난 참 사랑의 나눔을 깨달을 수 있었다. 사랑을 나눈다는 건 큰 것에서가 아니라 작은 손 한 번 내미는 것, 그 따스한 분위기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말이다.

분명 불편함이 있을 텐데도 얼굴색 한 번 변하지 않고 환하게 맞아주던 미용실 아주머니의 그 미소. 그 사랑으로 가게 안 십자매 가족도, 사랑초도 철쭉도 열대어도 다복솔처럼 어우러져 다 함께 사랑을 퍼 나르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날 그 만남으로 인하여 그 작은 공간은 분명 나에게 큰 나무로 다가왔다. 다음에도 그 다음에도 종종 그 그늘을 찾고 싶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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