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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정(情) 이 아닌 청(淸)을 꿈꾸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한 국가의 쇠락은 부정부패에서 시작된다. 글래드스톤의 “부패는 국가를 몰락으로 이끄는 가장 확실한 지름길이다” 라는 말처럼 수많은 국가들이 사회 각계 각층의 부정부패로 인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경구를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이 부정부패는 지금 이 시간에도 사회 전반의 불신의 씨앗이 되어 성장 동력을 저해하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 더욱이 우려스러운 점은 부정부패의 양상이 특정 지도층의 정치·권력형 부패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친 다양한 형태의 부패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이 광범위하고 뿌리 깊은 부정부패의 그늘에서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가해자인지도 구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국 사회를 정의함에 있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연고주의” 이다. 어느 사회에서나 연고주의의 모습은 나타나고 있으나 한국 사회에서 만큼 다양하고 광범위한 형태로 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곳은 드물 것이다. 이러한 연고주의를 비단 무조건적으로 청산하여야 할 전근대적 유물로 치부하는 것도 문제이긴 하나, 우리나라 부정부패 문화의 큰 뿌리 중 하나가 연고주의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자명한 사실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 의 제정은 부패방지와 청렴이행을 구체적으로 법제화함으로써 우리 마음속에 자연스럽게 내제되어 있던 “부패심리” 에 경종을 울리며 청렴의 의미에 대한 깊은 사회적 고찰의 계기가 되었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연고주의 등 한국 사회의 전통적 공동체 의식에서 기인한 ‘부패를 부패로 여기지 않는’ 도덕적 불감증은 그간 의례적으로, 당연시하게 여겼던 수많은 악습과 관행들을 “情(정)” 이란 이름으로 묵인해 왔으며, 이는 청탁금지법 제정 초기 이러한 사회 움직임에 저항하는 심리적 저지선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행 3년째에 접어들고 있는 청탁금지법은 초기 있었던 반감 및 우려를 불식시키고 공직 내부의 수용도에 있어서나 사회적 인식면에서 어느 정도 정착기에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제투명성기구(TI : Transparecy Internatinoal) 는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 : Corruption Perceptions Index)에서 우리나라가 부패인식지수 57점으로 전년대비 3점이 올랐고, 국가순위는 6단계 상승한 것으로 발표하였다. 얼핏 유의미한 수치로 보기 어려울 수도 있는 결과지만 청탁금지법은 청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느리지만 착실히 개선시키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아직 진정한 청렴사회 구현을 위해 가야할 길이 멀었음을 동시에 보여주는 결과이기도 하다.

처음부터 완벽한 법은 없으며, 완벽한 법이라 해도 수백년 내려온 사회적 관습 및 인식을 한순간에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제 청탁금지법이라는 청렴사회 구현을 위한 場이 마련되었다. 그리고 이 場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가꾸어 나가야 할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주어졌다. 그 시작은 이 사회를 움직이는 힘이 情(정)이 아닌 淸(청)렴이라는 우리 모두의 마음가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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