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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여행]남계서원을 가다2

 

 

 

남계서원은 서원의 앞부분에 교육공간인 강당이 위치하고 그 뒤로 사당이 자리하는 전학후묘의 배치 형태를 띠고 있다. 이러한 서원의 배치 형태는 당시 처음 있는 형식이었다. 이러한 배치 구조는 이후 한국 서원의 구조로 자리 잡게 되었다.

지난 여행에 만났던 풍영루가 유식공간에 해당한다. 오늘은 서원의 필수공간인 강학공간을 만나보자. 강학공간은 교육공간인 강당과 서원유생들이 머무는 기숙사 영역을 말한다.

남계서원의 강당은 명성당으로, 강학공간의 중심이 되는 곳이다. 명성당을 중심으로 앞 좌우에 서원유생들의 기숙사인 동재와 서재가 자리하고 있고, 서재 앞으로는 묘정비가, 동재 뒤편으로는 경판고가 자리하고 있다.

명성당은 다른 서원의 강당과는 다르게 전면 4칸인 건물이다. 보통은 홀수 칸 건물을 짓고 중앙인 가운데 칸에 건물의 편액을 걸게 되는데, 명성당은 4칸으로 짝수 칸이다. 이는 편액의 위치를 결정함에 있어 무척 난감해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4칸 건물의 중앙은 건축부재들로 인해 편액을 걸 수 없으니, 2번째 칸 또는 3번째 칸 중에 걸어야 한다. 그러나 어느 쪽에 편액을 걸어도 한쪽으로 치우친 편액을 걸게 되는 것이다. 남계서원은 이를 재치 있게 해결 했다. ‘남계(?溪)’와 ‘서원(書院)’으로 각각 두 개의 편액으로 나누어 걸었다. 강당의 이름표인 ‘명성당(明誠堂)’편액은 대청마루 안쪽 벽에 걸었다.

명성당은 가운데 2칸이 대청마루이다. 좌우로 1칸씩 온돌방이 자리하고 있다. 오른쪽 온돌방은 거경재이고, 왼쪽 온돌방은 집의재이다. 거경재와 집의재 앞으로는 대청마루와 연결되는 마루가 자리하고 있다. 마루의 양 끝은 벽이 있는데 거경재 쪽의 벽은 모두 막혀 있는 반면에 집의재 쪽의 벽은 위에만 있고 아래는 뚫려있다. 또한 거경재와 집의재의 마루는 대청마루보다는 한 단 높게 자리하고 있다. 거경재와 집의재 마루 위 천정도 우물마루로 장식되어 있어 격을 달리 했음을 알 수 있다.

명성당에서 남계서원 유생들은 어떤 배움을 익히고 자신을 발전시켰을까. ‘성(誠)’은 ‘하늘의 도’이고 ‘명(明)’은 ‘이를 밝혀 실천한다’는 의미이다. 즉 남계서원의 유생들은 이곳에서 하늘의 도를 밝히고 이를 자신의 삶, 즉 인간의 삶에서 행동으로 실천하는 완전한 인격체로서의 배움들을 익혔다. 명성당은 비록 정면4칸 측면 2칸의 8칸짜리 작은 강당이지만 이곳에서 학문에 정진했던 유생들의 목표는 매우 창대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일까 명성당의 기단은 4단으로 꽤나 높다.

명성당에서 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좌우로, 창대한 목표를 이루고자 했던 유생들이 기거했던 기숙사가 있다. 동재는 양정재이고 서재는 보인재이다. 각각 2칸짜리 건물로 한 칸은 온돌방, 한 칸은 누각이다. 양정재와 보인재의 누각에는 각각의 편액이 걸려있는데 양정재의 누각은 애련헌이고 보인재의 누각은 영매헌이다. 영매헌과 애련헌은 명성당으로 오르는 중앙 통로쪽으로 향하는 부분만 오픈 되어 있고 나머지 방향은 모두 판문을 달아 막았다.

이 누각의 판문은 재미있는 요소이다. 판문을 닫으면 이곳은 명성당과 연결되는 학문의 공간이다. 그러나 판문을 열면 연꽃 연당과 연결된다. 풍영루에서 내려다보는 연당과 영매헌과 애련헌에서 마주하는 연당은 같은 연당인데도 조금은 다른 느낌이다. 이 판문을 열고 유생들은 잠시 머리를 식히고 때론 풍류도 즐겼을 것이다. 따라서 판문이 열리면, 연당과 풍영루로 연결되는 영매헌과 애련헌은 강학공간에 있지만 유식공간으로 볼 수 있다.

누각의 판문이 갖는 의미는 크다. 중립적이면서도 필요에 따라 강학의 공간으로 마음을 열 것인지, 유식공간으로 마음을 열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우리의 세상살이도 이 판문과 같지 않을까. 2020년에는 누각의 판문을 어느 쪽으로 더 많이 열어야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새해를 시작하면서 남계서원에서 갖는 의미가 색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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