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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경기도 추진 태봉(실)보호 성공하기 바란다

태봉(胎封)과 태실(胎室)은 낯설지만 중요하다. 조선왕실에서는 왕자와 공주, 옹주가 태어나면 전국에서 길지(吉地)를 골라 태(胎)를 보관하는 태실을 만들었다. 태의 주인이 왕위에 오르면 태봉으로 높여 내부와 외부의 장식을 호화롭게 가꿨다. 태실을 중심으로 사방 540m 안에서는 경지 개간도 금지했다. 위반하면 국법에 의해 엄벌했다. 왕의 태봉이 있는 고을은 승격시켰으며 공사가 끝나면 상을 내렸다. 임금을 국가와 동일하게 여겼던 나라였으니 중요함은 말할 나위 없다. 태(胎)를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는 드물다. 자연스레 태문화는 세계적인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일제(日帝) 강점기에 많은 수가 훼손됐다. 민족 정신 말살정책과 무관하지 않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 해방이후 근대화와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또 사라졌다.

중요하지만 관심밖에 있었던 태봉(실)을 경기도가 적극적으로 보호하기로 했다. 그동안 학계나 중앙부처에만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지자체가 독자적으로 보호에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같은 행보는 지금처럼 방치하면 완전히 소멸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2008년 국립문화재연구소가 확인했을 때 25곳이었던 도내 태봉(실)이 지난해 11~12월까지 도가 조사한 결과 13곳만 남아있었다. 절반이 사라졌고 나머지도 사라질 위험에 노출됐으니 발벗고 나서겠다는 결정은 당연하다. 그나마 시·군의 향토유적으로 지정된 곳은 달랑 4곳이다. ▲포천 만세교리 태봉 ▲포천 익종 태봉 ▲가평 중종대왕 태실 ▲화성 정숙옹주 태실 등이다. 익종은 조선 제23대 순조의 세자이며 제24대 헌종의 아버지이다. 태실비 등 유물이 그나마 보존된 곳은 6곳이다. ▲김포 조강리 태실 ▲안성 영조 옹주 태실 ▲안산 고잔동 태실 ▲연천 회억옹주 태실 ▲포천 무봉리 태실 ▲가평 영창대군 태실 등이다. 태실비(胎室卑) 일부가 유실되는 등 보존상태가 부실한 곳은 3곳이며 고양 세종 장년 정소공주 태실 등 7곳은 안타깝지만 이미 사라졌다. 개발과 건설에 집중했던 시기를 지나 무관심했던 12년 사이에 문화정신적 자산들을 허무하게 잃었다. 도의 결정으로 태문화의 뿌리인 태봉(실)이 고사직전 일부라도 살릴 수 있게 돼 다행이다. 도는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남아있는 태봉(실)을 도 문화재로 지정하거나 승격 등을 통해 보호하기로 했다. 위치가 불확실한 5곳은 추가로 조사해 반드시 찾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경기도에서 재점화될 태문화의 미래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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