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경우에 따라, 환경에 따라 우울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인간은 본래 감정의 동물 아니던가. 문제는 그 우울함이 중증이 될 때다.

갈수록 우울증 환자는 늘어나고 있다. 2015년 세계보건기구(WHO) 조사에 따르면 세계인구 4%에 해당하는 3억2천2백만 명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 10년 전보다 18%가 증가했다. 2년 전 우리나라에서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64만명인데, 숨겨진 환자까지 합치면 12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적으로 매년 80만명 정도가 우울증으로 자살을 한다고 한다. OECD 국가 중 한국은 자살률 1위다. 미국에서는 1년에 5억3천만 달러가 우울증 치료비로 사용된다.

건강한 사람은 우울증 환자의 고통을 상상할 수조차 없다고 한다. 우울증 환자는 암 환자를 부러워 할 정도라는 것이다. ‘선생님, 저 우울증인가요?’의 저자 오카다 다카시에 따르면 전형적인 우울증 환자의 징후는 다름과 같다. 움직이고 싶어도 움직일 수 없다.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 아침 일찍 눈이 떠지는 현상이 반드시 일어난다. 식욕부진으로 살이 빠져 ‘삐쩍 말라 죽은 나무’처럼 보인다. 수면장애, 식욕변화, 배변장애, 나른함, 통증 등의 신체적 증상이 따른다.

우울증이 반드시 나쁜 것일까? 물론 일부러 원해서 우울증을 얻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처럼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고 망가뜨리는 치명적인 병을 누군들 원할 것인가. 우울증을 헤어나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우울증 때문에 역사적으로 이름을 떨친 사람들이 있다. 링컨은 평생 심한 우울증환자였다. 그는 자신의 치명적 약점인 우울증을 순간순간 극복하기 위해 예의 그 유명한 유머를 자주 사용했다. 우울증에 맞서는 몸부림, 유머를 통해 자신의 마음근육을 키우기에 노력했던 것이다. 미국 문필가 조슈아 울프생크는 ‘링컨의 위대함은 우울증에서 비롯됐다’까지 말한다.

영국총리 처칠, 소설가 카프카, 과학자 뉴턴, 사회·경제학자 막스 베버 등도 우울증에 시달렸으나 이를 잘 극복하고 빛나는 성취를 이뤘다. 영국의 정신분석학자 앤서니 스토는 ‘나치 독일과 맞섰던 처칠 총리의 뛰어난 리더십은 자신의 우울증과 싸우면서 연마됐다’고 주장한다. 모두가 패한 것처럼 보일 때 처칠은 승리를 꿈꾸며, 영국인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었다는 것이다. 미국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도 우울증과 싸우며 창의성을 꽃피웠으나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영국 정부는 2011년 ‘정신건강 없는 건강은 없다’는 국가전략을 제시한 데 이어, 최근에는 자살예방부 부장관직을 신설할 정도로 정신건강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다. 영국의 한 전문가는 당뇨, 천식, 협심증보다 우울증으로 인한 업무관련 어려움이 50% 이상 더 많다는 발표를 했다.

우울증 극복도 결국 마음의 문제로 귀결된다. 프로이드 이론에 따르면 우울증은 자기 자신에게로 공격성이 향한 결과로 발생한다. 원시인에겐 우울증이 없었다고 한다. 슬픔과 상처를 회복하는 능력, 즉 회복탄력성이 뛰어 났기 때문이다. 그들은 튼튼한 마음근육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우울증 전문가가 아니기에 내 생각을 말하기에는 조심스러우나 우울증 극복방법은 의외로 간단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우울증은 마음의 병이고, 마음의 문제이기 때문에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발전적으로 유도할 수 있지 않을까. 위에서 예로 든 처칠, 카프카, 뉴턴, 막스 베버처럼 말이다.

주위에서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과 이야기 해 보면, 그들의 마음이 갈기갈기 찢겨져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내가 보기에 그들은 자신이 앓고 있는 우울증의 원인을 파악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엉뚱한 데 관심을 쏟고 있었다. 안타까웠다. 무엇보다 그들은 스스로의 내면을 강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마음근육을 단련하는 것이 해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