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아침시산책]봄날의 천둥

봄날의 천둥

/혼다 히사시

당신이 내려친 빛의 채찍을 맞고

땅에 묻혔던 말이 힘차게 운다

당신은 몸을 돌려 채찍으로 꽃을 내리친다

흩어지는 꽃잎이 임종의 순간을 비춘다

그 한순간의 밝은 빛 속에서 말은 풀을 뜯고 있다

꽃잎이 땅에 진다

말은 이제 없다

나는 불러본다

이름이 붙여지기도 전에 이미

모태에서 해체된 채 끌려 나와 땅에 묻힌 말을

그러자

등에* 울음소리보다도 작은

하늘로 사라져 가는 내 목소리에 응답이라도 하듯

다시 한 번 당신이 내려친 채찍을 맞고

말이 힘차게 운다

 

 

 

 

겨울이 땅에 묻어 침묵하게 만들었던 말, 그 말이 드디어 채찍을 맞아 힘차게 울며 봄 들판을 질주하는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이 말은 언어言語일수도 말馬일수도 있을 것이다. 야생마 닮은 말 일수도 있다. 소통을 위해 태어난 말이 불통의 언어가 된지 이미 오래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문제다. 이육사의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북방으로 휩쓸려 와’ 묻힌 말일 수도 있다. 봄날의 천둥은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개’를 깨워 온 세상을 뒤덮는 푸르른 희망의 천둥으로 말하게 한다. 모태에서 해체된 채 끌려나와 땅에 묻힌 불통의 말을 채찍으로 꺼내어 울게 만든 당신은 누구일까?! 아마도 언어가 소통을 위해 태어난 이후 평화와 평등을 위해 노력해 온 인류의 염원이 아닐까. /조길성 시인

※등에 : 소나 말 주변에 모여드는 날벌레. 등에과의 곤충으로 벌과 비슷하게 생겼으며 동물의 피를 빨아 먹는다.

- 혼다 히사시 시집 ‘7개 밤의 메모’ / 문학수첩·번역 : 한성례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