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에세이]복권 당첨
[생활에세이]복권 당첨
  • 경기신문
  • 승인 2020.01.13 18:43
  • 댓글 0
  •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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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숙 시인
한인숙 시인

 

신년 벽두에 행복한 꿈을 꿨다. 새벽녘 어느 도인이 나타나 로또 당첨번호 여섯 개 숫자를 일러주고는 홀연히 사라진다. 그 숫자를 암기하다 눈을 떴다. 선명하지는 않지만 대충 기억나는 대로 숫자를 메모하여 똑 같은 번호의 복권을 두 장 구입했다.

주초라서 주말까지는 며칠을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는 동안 많은 상상을 했다. 수십억이 내 손에 들어온다면 당장 무엇부터 해야 하나. 우선 대출금을 청산하고 자식들 얼마간 떼어주고 동기간도 좀 나눠주기로 했다. 덜컹대는 남편 차도 외제차로 바꿔주고 여행에 동참할 수 있는 형제들 다 불러서 해외여행도 멋지게 다녀오기로 했다.

그러고 남는 돈으로 가격에 맞는 상가건물 장만해서 임대료 받으면 남은 삶은 편안히 살 수 있을 것 같은 설렘으로 하루가 여삼추다. 하루에도 몇 번씩 모래성을 쌓고 또 쌓다보니 여간 즐거운 것이 아니다.

복권당첨 되면 어떻게 표정관리를 해야 하나. 남편에게 먼저 알릴까 아니면 혼자 조용히 은행에 가서 당첨금 받고 통장을 보여줄까. 정말이지 별의별 상상으로 일주일을 보내다 드디어 토요일, 차마 당첨번호 확인을 못하고 안절부절 하다가 복권 당첨 추첨시간이 한 시간 정도 지난 후에 화장실로 들어갔다.

우선 지역에 당첨자가 있는지부터 확인했다. 아무리 눈여겨봐도 내 지역의 1등 당첨자는 없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번호를 맞춰보니 여섯 개 중 맞는 숫자는 두 개뿐이다. 온 몸에 힘이 쭉 빠졌다.

기대한 만큼 상실감 또한 컸다. 헛웃음이 나왔다. 그렇지 내 복에 무슨 로또 당첨이야, 하지만 그 꿈이 일주일을 사는 원동력이고 즐거움이었다. 일주일 동안 꿈꾸었던 많은 일들, 마치 1등의 행운을 거머쥔 것 같은 착각에 정말이지 많은 계획을 했고 행복했다.

이렇게 새해 첫 출발부터 설렘으로 시작했다. 올해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주변 개발로 인한 매장을 이전해야하는 등 해결해야 할 큰 일이 몇 가지 있다. 아직 매장을 이전할 장소도 찾지 못했고 개발에 따른 이전비로는 엄두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 걱정과 고민이 크다.

어떻게든 해결은 되겠지만 이전에 따른 기대보다는 불안과 손실을 생각하면 막막하지만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막연한 희망을 말해본다. 무엇보다 가족과 주변사람이 편안한 한해였으면 좋겠다.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사건 사고로 가슴이 졸이는 일이 없길 바래본다.

또한 가족여행을 계획 중이다. 새사람이 들어오고, 아기가 태어나면서 몇 년 째 미뤄온 가족여행이다. 매사가 다 즐거울 수는 없겠지만 그저 별 탈 없이 안전하게 다녀오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이렇게 한 해가 시작되면 크고 작은 계획을 세우고 실천을 다짐한다. 더러는 다이어트를 계획하고 금연에 대한 각오를 새롭게 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구직을 간절히 원하는가 하면 수년 째 이뤄내지 못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고삐를 당기기도 할 것이다. 목표를 설정하고 그 일을 해내기 위해 노력하는 자체가 삶의 즐거움이며 살아 움직이는 힘의 원천이다.

살아있는 매일 매일이 즐겁기는 어렵다. 말 그대로 희로애락의 삶이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는 단단해지고 내일을 살아내는 지혜를 배워간다. 오늘의 어제는 추억이고 오늘의 내일은 꿈과 희망인 것처럼 개꿈 하나로 일주일이 즐거웠음에 감사한다. 어제 꾸었던 화려한 꿈이 현실이 될 수는 없었지만 그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올 한해도 열심히 살아보자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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