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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과의 신체접촉 ‘동의’ 는 왜 필수인가?

성폭력의 기준 ‘동의 없음’
사회적 위력·권력 인지부터
타인의 신체적 자율권 존중까지

 

 

 

성폭력 사건의 핵심에는 늘 ‘동의 여부’가 있다. 이 책은 ‘동의 없음’을 성폭력의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를 제시한다. 그리고 ‘동의’ 개념이 어떻게 권력형 성폭력, 데이트 강간, 리벤지 포르노를 꿰뚫는지 보여준다.

저자는 동의의 1단계는 ‘물어보기’라고 확실하게 짚는다. 성폭행 사건 재판에서 피해자는 얼마나 강하게 거부했는지를 수차례 증명해야 하지만, 가해자는 ‘상대에게 동의 의사를 얼마나 정확하고 지속적으로 구했는지’ 답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침범하지 말아야 할 타인의 경계를 알고 조정하는 과정을 ‘동의 협상’이라고 하는데, ‘의사를 묻는 단계’ 없이는 동의 협상이 시작될 수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때 주지해야 할 개념이 ‘신체적 자율권’이다. 신체적 자율권이란 내가 하는 행동, 내 몸에 일어날 일, 내 몸과 접촉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그 접촉을 어떤 식으로 허락할지를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권리다. 그리고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 외부의 압력이나 강제, 어떠한 권력 행사도 없어야 한다.

동의 문제의 핵심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각자 손에 쥔 위력과 권력을 인지하고 상대방의 사적 경계와 신체적 자율권을 존중하는 태도를 배우는 것이다.

비단 ‘위력’의 차이가 분명한 직장 상사와 부하 직원, 교수와 학생 사이의 문제만은 아니다. ‘관계 유지’를 명목으로 원치 않는 성관계를 해온 부부, 어제 섹스를 했다는 이유로 오늘도 섹스를 할 수 있으리라고 짐작하는 오래된 연인, 하물며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신체 접촉에 대한 동의는 필요하다. 이 책은 성적 동의가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공유된 행동 지침을 요하는 문제임을 말하고 있다.

내가 겪은 일이 성폭력이었는지 아닌지 고민하는 여성, ‘썸녀’에게 술을 권해 취하게 한 후 키스라도 한번 하려는 생각이 범죄인 줄 모르는 남성, 아이들에게 성교육을 어떻게 시켜야 할지 고민하는 교사와 주 양육자, 현행 강간법의 문제점을 바로잡고 싶은 법조인 등 모두가 꼭 한번 읽어야 할 책이다./정민수기자 j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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