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들 죽음도 모른 어느 치매노인의 비극
[사설]아들 죽음도 모른 어느 치매노인의 비극
  • 경기신문
  • 승인 2020.01.14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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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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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난다. 용인시 처인구에서 50대 남성의 시신이 부패한 상태로 발견됐는데 그 집에는 치매를 앓고 있는 70대 어머니가 함께 살고 있었다고 한다. 시신을 발견한 것은 집 주인이다. 월세가 두 달 치 밀리자 이상하게 생각하고 찾아갔다가 끔찍한 현장을 발견한 것이다. 경찰이 아직까지 외상 등 타살 혐의점이나 극단적 선택을 의심할만한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하니 아마도 지병이 악화돼 사망에 이른 것이 아닐까 한다. 사망인이 마지막으로 신용카드를 사용한 것이 지난해 11월 초였고 두 달간 월세를 내지 못했으며 시신부패가 많이 진행됐다는 것을 보면 사망한 뒤 오랫동안 방치됐음을 알 수 있다.

누구로부터의 보살핌도 받지 못한 채 쓸쓸하게 세상을 떠난 아들과 그동안 아들이 죽은 것도 인지하지 못하고 부패해가는 시신과 장시간 같이 지냈을 치매 노인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실제로 노인은 식사를 제대로 챙기지 못해 쇠약해진 상태였다고 한다. 이처럼 치매는 자신이 낳은 아들이 사망했는지, 시신이 썩어 가는 지도 모를 정도로 심각한 질환이다. 따라서 전 세계 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이다. 심해지면 용인의 노인처럼 아들이 죽은 지도 모를 뿐 아니라 스스로도 몰라본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초기증상은 방금 전 무슨 말을 했고 어떤 일을 했는지, 뭘 하려고 했는지 등이 생각나지 않는 기억력 감퇴와 언어능력 저하현상 등이 나타난다고 한다. 나중에는 공격성 행동, 배회, 반복질문, 수면장애, 우울감 등 정신행동 증상으로 악화된다. 사람도 가리지 않는다. 최근에는 배우 윤정희씨가 그의 마지막 영화 ‘시’에서와 같은 병을 앓고 있다는 것이 알려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현재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수는 799만 여명이다. 이는 전체인구의 약 15%를 차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65세 이상 노인 치매환자 수가 약 75만 명(전체 치매환자 79만 명)에 달한다.

노인 10명 가운데 1명 정도가 치매를 앓고 있는 셈이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에서부터 치매 국가 책임제를 국정과제로 강조하고 있다. 치매 국가 책임제는 치매 환자와 가족이 지는 경제·정서적 부담을 지역사회 인프라와 건강보험제도를 통해 국가와 사회가 나눠지겠다는 정책이다. 지난해 말엔 전국 256개 치매안심센터가 모두 정식 개소했다. 치매 관련 통합(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사회 핵심기관이다. 치매 국가 책임제 범위가 확대돼 이번 사건과 같은 비극이 재발되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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