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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통찰]재난위기 대처에 필요한 것들

 

 

 

 

 

2016년 4월 진도 7.8 규모 지진이 에콰도르 서부해안을 강타했다. 660명이 사망하고 1만6천여 명이 다친 대재난이었다. 네 살 난 ‘데이코’라는 소방대 소속 구조견이 생존자 7명을 구하고 사망한 소식이 지구촌 사람들에게 감동과 안타까움을 줬다. 급성 호흡부전과 탈진이 사인이었다. 훈련과 명령받은 대로 나흘 동안이나 밤낮없이 수색 활동에 몰두하느라 몸이 지친 상태라는 것을 - 심지어 목마른 것조차 - 몰랐다. 데이코의 순직을 통해 재난 훈련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게 된다.

경기도 인재개발원에서 교육생들 대상으로 실시하는 각종 교육 프로그램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꼭 들어가는 과목이 심폐소생술이다. 보통 교육 끝 순서에 이 과목을 넣기 때문에 장시간 교육 참석에 심신이 지쳐 있고, 설마 심폐소생을 직접 사용할 일이 있겠느냐 하는 안일한 생각에 교육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몇 달 전 아파트 1층에 심장충격기 (AED)가 비치된 것이 눈에 띄었다.

2012년에 비치했다고 하는데 이제서야 관심을 끌게 된 것이다. 그러다 문득 ‘공무원으로 퇴직한 사람이 우리 아파트 라인이나 공공장소에서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사용법을 몰라 인명구조에 나서지도 못한다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일까’하는 생각이 뇌리를 때렸다.

이 생각이 동기가 돼 올해 1월 3일 ‘㈔시민안전교육협회’가 주관하는 심폐소생술 심화 교육을 받았고 수료평가에도 합격했다. 교육 직후 강사가 제일 먼저 말한 것은 “여러분들도 사람이 쓰러졌을 때 먼저 나서서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겠죠?”라는 질문이었다. 나를 포함한 교육생 모두 “네”라고 답했다.

이 교육을 통해 배운 것은 크게 3가지다. 첫째는, 심장충격기가 인명구조에 만능은 아니라는 것이다. 심장충격기를 찾아오기까지는 물론, 사람의 몸에 장착해 사용 중에도 손으로 하는 심폐소생술과 입으로 하는 인공호흡을 119 구조대원이 도착할 때까지 계속해야 한다. 둘째는, 심폐소생술을 익혔다 하더라고 혼자서는 인명 구조가 어렵다. 정확한 위치를 파악해 119에 신고해 줄 사람, 심장충격기를 가져올 사람, 심장충격기를 장착할 때 심폐소생술을 대신해 줄 사람이 있어야 한다.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데는 여러 사람의 협력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인명 구조법을 배우고 훈련을 해서 몸에 익혀야 할 이유다. 셋째는, 재난 위기에서 인명구조를 위하여는 용기와 정의감이 있어야 한다. 가끔 고속도로에서 차량 화재 사고가 발생했을 때 차량 폭발의 위험 속에서도 접근하여 운전자나 탑승객들을 구해내는 소식을 접하게 되는데, 용기와 정의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2010년 한국인 유학생 이준 씨가 일본 도쿄의 한 전철역에서 다음 열차가 들어오기까지 6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 취객을 ‘교과서적인 조치’로 구해내 일본인들에게 감동을 준 일이 있었다. 그 전인 2001년에는 역시 한국인 유학생인 이수현 씨가 도쿄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어 일본인들로부터 ‘의인’으로 일컬어지며 추모 되고 있다.

현재 개봉 중인 ‘미드웨이’와 오래전 상영된 ‘타이태닉’을 보면서 인상적으로 느낀 것이 있다. 1942년 태평양 미드웨이 해전에서 패한 일본 항모의 선장과 몇몇 지휘관들은 부하 병사들을 탈출시킨 후 침몰하는 항모와 운명을 같이 한다. 1912년 북대서양에서 타이태닉호이 침몰 위기에 있을 때 선원들이 승객들에게 구명복을 입히고 우편부, 기관사, 통신사들은 최후의 순간까지 자신들의 임무를 수행하다 그 배와 운명을 같이 한다. 심지어 그곳에서 마지막 공연을 하는 8명의 악단을 회상하면 지금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반면에 세월호에서 먼저 살자고 뛰쳐나온 선장과 선원들을 생각하면 참담하기 짝이 없다. 비록 소수일지라도 훈련, 용기, 정의감을 갖춘다면 재난 위기에서 많은 사람을 구해낼 뿐 아니라 국가의 기본을 지키는 사회적 자산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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