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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봉준호 감독의 ‘영웅시대’

 

 

 

 

 

상이 영화의 작품성을 얼마나 보증할 수 있을까. 봉준호 감독은 한국영화 역사에서 가장 성공한 인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영화 분위기를 압도적으로 이끌어 가고 있는 탓이다. 그의 기세를 뒷받침하는 표시는 정리하기 힘들 정도로 이어지는 수상 소식이다.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대상 수상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이전부터 쌓아온 평판이나 영화 작업의 결과에 대한 신뢰가 있는 데다 국제적인 명성을 가진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은 출력 좋은 수퍼카에 또 다른 터보엔진을 달아주는 셈이었다.

영화제와 영화상은 시상을 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영화제는 여러 지역(나라)에서 참가한 영화들 중에서 심사를 통해 작품이나 인물을 선정하는 것이고, 영화상은 일정한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일정한 기간 내(일반적으로 시상식 전 1년 간에 상영한 영화)에 소개된 영화를 대상으로 부문별 수상자(작)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기생충’은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의 대상을 받은 데 이어 미국의 골든글로브 상 최우수영화 외국어부문 상을 받았다. 조지아 영화비평가협회가 수여한 작품, 감독, 각본,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바로 이어 북미 ‘평론가상’(크리틱스 초이스 어워드)에서도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유럽에서 열리는 국제영화제는 오락적 요소보다는 작품성을 우선하려는 듯한 경향을 드러낸다. 특히 여러 영화제의 원조 격이며 대표라고 할 수 있는 베니스, 칸, 베를린 영화는 미국 영화와 차별성을 보이려 애쓴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유럽의 영화계가 극심한 침체를 겪긴했지만, 오랫동안 유럽 주요 국가들의 영화계는 미국 영화와 구분되는 나름의 경향을 보였다. 이른바 예술 지향이다. 유럽의 문화적 전통이 오래고, 지역(국가)별, 민족별 다양성도 구분된다. 문화적 개성을 앞세우려는 경향은 유럽영화의 예술적 전통을 만들었다. 독일의 표현주의 영화를 비롯하여 프랑스의 ‘영화예술운동’(필름다르) 같은 경향들은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한 경우들이다.

베니스 나 칸, 베를린 영화제 등은 유럽의 전통을 강하게 반영하고 있다. 가능한 한 자국영화를 우선하고, 다음으로 유럽권을 담으려 한다. 미국 영화는 될 수 있는대로 멀리 하려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미국영화는 이민자들로 구성된 미국사회를 반영하듯 문화와 역사, 언어, 정서가 달라도 세상을 사노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랑, 성공, 권선징악, 영웅 이야기 같은 내용을 주로 다룬다. 미국 영화가 쉽고, 재미있고 때로는 감동까지 더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감성을 잘 표현하기 때문이다. 유럽영화는 예술성이 높고 미국영화는 오락성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상은 누가 어디에서 하던 특정 지역(국가) 또는 단체의 문화적 자부심과 명성을 높이려는 비즈니스의 한 영역이다.

다음의 관심은 봉준호 감독 영화가 아카데미영화상을 수상할 것인가로 몰려있다. 지금의 기세로 보아 수상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아카데미 상은 일단 후보 지명을 받기 위해, 지명을 받은 후에는 수상을 위해 치열한 홍보 전쟁과 로비가 벌어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수상은 그 이상의 수익과 명성을 얹어주기 때문이다. ‘영화가 좋으면 상을 받는다’는 믿음은 너무 소박하다. 어떤 이유로던 후보에 올랐다면, 어느 영화가 상을 받던 문제가 없지만, 관계자들 입장에서는 ‘내가 받아야’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부터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한국영화가 아카데미 상을 받는다면 반가운 일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한국 영화의 완성이고 목표라고 할 수는 없다. 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한국영화를 풍성하게 만들어준 작품들은 훨씬 더 많고, 앞으로 어떤 영화들이 나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상을 받은 영화에 대해서 즐겁게 축하는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이고, 최고라고 단정하는 것은 맹목적 과신이다. 노벨평화상이 세계의 평화를 지켜주는 방패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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