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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추록자 불견산(追鹿者 不見山)

 

 

 

추록자 불견산(追鹿者不見山)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사슴을 쫓는 자는 산을 보지 못한다는 말이다.

숲속에 까마귀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까마귀는 몹시 목이 말랐다. 그는 물을 찾아 나섰다. 오랜 가뭄으로 마실 물이 보이지 않았다. 까마귀가 타는 목마름으로 사방구석을 헤매고 다니는데, 마침 사람이 살지 않는 폐가를 발견했다. 마침 까마귀의 눈에 띄는 게 있었다. 주둥이가 긴 항아리 하나가 무너진 담장 아래 비스듬히 누워 있는 게 보였다.

까마귀는 얼른 항아리 쪽으로 날아갔다. 그 속에 물이 있는 것을 알았다. 까마귀는 항아리 주둥이에 대가리를 집어넣었다. 그러나 항아리 속의 물은 그의 주둥이가 닿기엔 너무 멀었다. 까마귀는 양발을 버틴 채 긴 모가지를 항아리 주둥이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래도 물은 마실 수가 없었다. 까마귀는 온몸을 밀어 넣으며 버둥거렸다. 조금만 더, 조금 더…. 마침내 까마귀 주둥이가 그렇게 바라던 항아리 안 물에 닿았다. 그는 허겁지겁 물을 마셔댔다.

가까스로 물을 마신 까마귀가 이제 항아리 속에 들어간 몸뚱이를 빼내려고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항아리 주둥이가 너무 좁아서 까마귀는 몸을 빼낼 수가 없었다. 그는 날개를 퍼덕거리며 안간힘을 다했다. 전신의 힘을 다하여 몸부림을 쳤다. 그러나 까마귀는 항아리 주둥이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때마침 먹이를 찾아 헤매던 여우가 까마귀를 발견했다. 여우는 성큼 다가와 힘들이지 않고 까마귀를 잡아먹었다. 말할 것도 없이 까마귀는 오직 물을 바라는 한마음으로 빠져나오지도 못할 좁은 구멍 속에 무턱대고 몸을 밀어 넣었던 것이다. 그것이 함정이 되어 그는 끝내 여우의 먹이가 됐다.

우리의 인생에도 그런 경우가 많다. 탐욕에 눈이 어두우면 그 다음에 닥쳐올 재앙은 보이지 않는다. 재물에 눈독을 들이면 사람을 만나도, 그 사람이 사람이 아닌 돈으로만 보인다. 보이는 것은 상대방 주머니에 든 돈뿐이다. 주머니 속에 돈푼이나 들었는가? 그는 주머니 속 돈만 볼 뿐, 상대방의 인격은 생각하지 못한다. 별별 짓을 해서 돈을 우려내거나 뺏으려다가 쇠고랑을 차기 일쑤다. 까마귀가 빠져나오지 못할 구멍 속으로 모가지를 들이미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삭막하고 각박한 세상이다. 미·중 무역 갈등에 한·일 무역 전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소비 감소에 자영업자들이 3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가계 문을 닫는다. 내가 사는 동네에도 치킨집, 커피숍 등, 문을 닫는 점포가 한둘이 아니다. 어디 그뿐인가. 청년 실업자들이 거리에 넘치고 있다. 예전에는 직장에 들어가면 그 직장에서 정년퇴임을 하기까지 일을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온전한 직장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그런데도 위정자들은 세계적인 경제 위기일 뿐이라는 소리로 국민들의 시선을 돌리려고 한다. 당장 다음 선거의 표를 의식하고 국민들을 기만한다. 당장 항아리 속 물만을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사납고 간특한 맹수들이 우글거리는 지구상의 현실을 염려하지 못하고, 좁은 물항아리 속에 대가리를 쑤셔박는다.

그래서, 이 나라를 이끌겠다는 위대한 리더들에게 따끔히 충고하고자 한다.

“제발, 추격하는 사슴만 보고 자신이 내달리는 산은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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