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숨n쉼]짬뽕 한 그릇

 

 

 

 

 

추운 겨울에는 짬뽕 한 그릇이면 몸도 마음도 풀린다. 지금은 동네마다 대부분 한국 사람들이 운영하는 중국음식점이지만, 한때 동네의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말 그대로의 ‘중화요리점’이 많았다. 어느 날 갑자기 그들이 하나씩 사라졌다. 그리고 그들이 왜 동시에 사라졌는지를 나이가 들면서 알게 되었다. 그들은 한국에서 재산권을 비롯해 외국인으로서의 정주조건들이 까다로워지면서 다른 나라로 이주할 수밖에 없었었다는 것도 나중에야 알았다.

중국음식점에 관한 기억 하나가 있다. 중학생 시절 매년 여름방학 때가 되면 큰 아버지 댁에 머물렀다. 오일장이 서면 십리 먼 길을 걸어서 오일장 구경을 가곤했다. 재래시장과 같이 운영되던 오일장 근처에는 그곳에 유일한 화교가 운영하던 중화요리점이 있었다. 그곳은 탕수육이 유명했고 지금도 전국에서 이곳을 찾는 이들이 많다. 당시 근처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던 큰 집 형님 덕분에 방학에 내려온 사촌동생이 이곳에서 중화요리를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대부분이 자장면, 우동, 짬뽕이 다였지만 가끔 야키 만두나 탕수육도 사 주셨는데 중년이 된 지금도 그 특별한 맛을 잊지 못한다.

시간이 흘러 중년이 되어 그 중화요리점 찾았다. 당시 주인의 아들인 육십 중반의 현재 사장과 오일장 선 날이 북적이던 모습들을 회상했다. 그와 화교 출신 요리사와 일반인 중국음식점 요리사가 만드는 짬뽕에 맛이 왜 조금 다른 지 짬뽕의 중독성에 관한 대화였다. 그 때 사장으로 부터 들은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한국에 정착한 화교들은 대부분 농업에 종사하여 재산을 축적해 부농이 된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당시 외국인 부동산 소유제한으로 그 대안으로 생활 수단으로 안정적인 수입이 가능했던 요식업에 진출한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화교들만이 경영하던 중국 음식업계에 한국인도 허가를 득하면 경영을 할 수가 있어서 화교들은 요식업을 운영함에 있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이들은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음식 가게보다 중국 본토의 음식에 더해 한국인들의 입맛에 그 섬세함을 더했다. 그들에게는 한국인 손님들이 많이 찾아 주어야만이 일상에서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당시 불친절했던 동네 화교들만 기억되었지만 나름 그의 얘기를 듣고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그의 말에 일정한 공감이 갔다.

국내 굴지의 차이나타운이 있는 인천 중구 일대에는 1883년 개항 당시의 역사적 건물들이 많이 보존되어 있다. 그 개항과 함께 인천은 산둥(山東)성 출신의 중국인들이 바로 이곳을 중심으로 모여 살게 되었다. 그 당시 항구에서 일을 하던 중국인들을 위해 최초 개발된 자장면의 발상지가 되었다. 또한 인천은 나가사키 짬뽕을 받아드린 곳이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나가사키 ‘잔폰(ちゃんぽん)’은 1899년 중국음식점과 여관을 겸했던 ‘시카이로(四海樓)’에서 푸젠(福建)성 출신의 주인 천핑순(陳平順)에 의해 창안되었다. 그는 가난했던 중국인 유학생들과 노동자들을 위해 각가지 재료를 사용해 싸고 양이 많고 영양가가 풍부한 음식을 내놓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지금 ‘짬뽕’의 음식원형이 되었다. 일제 강점기 인천과 나가사키 화교들 간의 인적 물적 교류가 이루어지면서 중국요리집이 많았던 인천에서 나가사키 짬뽕도 알려지지 시작했다고 전하는 이들이 있다. 인천에서 짬뽕의 음식원형이 일컬어지는 야채와 돼지고기, 해물 등을 기름에 볶아 닭이나 돼지 뼈로 만든 육수를 넣고 끓인 중국 요리인 ‘차오마멘(炒馬麵)’을 주문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일본 짬뽕이 담백한 맛이라고 한다면, 한국 짬뽕은 얼큰한 맛이다. 맵다는 것을 시원하다는 표현을 하는 한국인의 입맛으로 변했다. 음식들은 일정한 중독성이 있지만 한국 짬뽕은 겨울에야 말로 그 중독성이 강하게 다가온다.

음식도 문화콘텐츠란 생각을 한다. 음식도 문화적 요소를 지닌 내용물을 담은 것으로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짬뽕도 이렇게 각자 다른 스토리텔링이 있는 것이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