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켜켜이 쌓인 '세월의 굳은 살' 한폭의 동양화가 여기 있구나

 

 

 

연천군 한탄강 국가지질공원 교육·관광·경제 활성화 주목

DMZ를 마주하고 있는 연천군은 임진강과 한탄강 그리고 DMZ로 인해 청정한 자연이 아름다운 곳이다. 특히 한탄강을 따라 50만년 전부터 여러 차례 분출한 용암으로 인해 국내 내륙에서는 보기 드문 지형과 그로 인한 독특한 문화가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 6월 생물다양성과 지역 주민들의 보존 노력을 인정받아 ‘연천임진강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오는 4월에는 한탄강과 임진강을 둘러싼 지질명소를 중심으로 역사·문화·고고학·생태적 보존가치 및 활용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이 유력시되고 있다.

한탄강·임진강 50만년전부터 용암분출 모습 간직
연천군만의 특별한 역사·문화·생태환경 형성

고려·조선 때부터 아름다운 광경에 풍류 단골소재
현무암 주상절리는 최고의 지질공원 체험학습장
郡·지역주민 환경보존·관광상품 체험 운영 합심

올해 4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 유력


■ 연천군의 특이한 지형과 역사문화

한탄강과 임진강은 다른 강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20~30m의 깎아지른 듯한 현무암 주상절리 수직 절벽이 그것이다. 절벽 위로는 평평한 용암대지가 있다. 이러한 모습은 약 50만년 전에서 12만년까지 크게 세 번에 걸쳐 분출한 것으로 알려진 화산활동때문이다.

지금은 북쪽 강원도 평강군에 위치한 오리산 일대에서 화산이 분출해 한탄강 하류쪽을 메우면서 약 140㎞에 이르는 임진강 하류까지 용암이 흘러내린 것이다. 이 흘러내린 용암은 낮은 지형을 메우며 굳어졌고, 그 위로 다시 강물이 흐르면서 오랜 세월 암석이 깎이고 풍화돼 지금의 모습이 만들어졌다.

이후 여기에 연천군만의 특별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생태환경이 입혀졌다.

먼저 한탄강과 임진강을 둘러싸고 켜켜이 쌓인 구석기 고토양층은 구석기 선사시대의 생활상을 잘 보여주고 있을 뿐 아니라 빙하기와 간빙기를 거친 당시의 기후변화 내용도 보여주고 있다.

또 한탄강과 임진강을 따라 발달한 높은 수직 절벽은 고구려와 신라가 대립했던 삼국시대 말기에 적군을 감시하는 요새가 됐다.

임진강과 마주한 주상절리 절벽은 성으로 탄생했다. 당시 고구려인들은 이 절벽을 천연 성벽으로 삼아 평지와 연결된 쪽에 석축을 쌓아 올려 성을 마무리했다. 고구려 시대의 대표적인 석축성 ‘호로고루’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이처럼 지리 및 지형적으로 전략적인 요지에 축조된 고구려시대 성곽은 보루를 포함해 연천군에만 10여 곳이 넘는다. 그리고 인근 강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현무암을 가공해 성벽을 쌓은 점은 연천 일대에서만 볼 수 있는 고구려성의 특징 중 하나다.

지금은 논과 밭 등 비옥한 토지를 자랑하고 있는 너른 용암대지도 연천군의 역사를 보여준다. 양수시설이 발전하지 못했던 과거에는 강물을 20~30m의 수직절벽 위로 끌어올릴 수가 없어 용암대지를 농경지로 이용하지 못했다. 이 용암대지는 황무지로 방치되다 조선시대 전기에 군사훈련장인 강무장으로 활용됐다.

 

 

 

 

■ 한탄강과 임진강의 아름다운 경관

한탄강 지질공원의 아름다운 경관은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많은 임금과 고관 문인들이 찾아와 즐긴 풍류의 소재가 되었다. 병풍처럼 드리워진 아름다운 임진강 주상절리 절벽은 조선시대 문인들에게 최고의 시 소재가 되기에 충분했다. 대표적인 것이 겸재 정선의 연강임술첩에 남아 있는 ‘우화등선’, ‘웅연계람’ 등이다.

임술년인 1742년 10월 경기도 관찰사였던 홍경보는 겸재 정선과 연천현감이자 당시 최고의 시와 문장가였던 청천 신유한을 불러 임진강 주상절리를 감상하며 뱃놀이를 하였다. 이때 겸재 정선은 그림으로 신유한은 글을 지어 풍경을 남겼다. 겸재의 두 그림은 임진강의 아름다운 기암괴석과 주상절리 절벽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근대에는 임진강 주상절리 일대에 정기적으로 유람선이 다녔고, 경원선 철도가 놓이고부터는 한탄강을 중심으로 대규모 관광객들의 피서지로 각광을 받았었다.

그 뒤 2015년 한탄강 국가지질공원 인증 이후로는 아름다운 경관과 더불어 지질명소가 갖는 역사와 문화 그리고 지질학적 가치가 더해져 지질공원 교육 및 관광 장소로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 교육적 가치가 큰 연천의 지질명소

연천 국가지질공원 10개소의 지질명소는 경관이 아름답고 지구과학적으로 중요한 명소가 많아 교육적인 가치가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연천에는 약 19억 년 전에 형성된 변성암부터 신생대인 50만 년 전 용암이 흘러와 만들어진 현무암에 이르기까지 30여 가지가 넘는 다양한 암석이 존재한다. 그만큼 다양한 지질시대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지질명소는 재인폭포이다. 재인폭포는 연천군의 상징적인 명소로, 줄타기 장인 재인(才人)과 아름다운 아내의 사랑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또 재인폭포는 천연기념물 어름치와 멸종위기종인 분홍장구채 등의 서식지로도 알려져 있다. 현무암 주상절리 아래로 흐르는 아름다운 폭포와 더불어 각종 지질현상을 살펴볼 수 있어 지질학습장으로서도 최적의 장소를 제공한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구석기 유적이자 동아시아 처음으로 아슐리안형 주먹도끼가 발견된 전곡리 유적 또한 지질명소이다.

2m에서 7m 두께로 퇴적된 구석기 토층에서는 당시의 기후변화를 알 수 있다. 토층에 규칙적으로 보이는 토양쐐기층을 통해 빙하기와 간빙기의 반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한탄강과 영평천이 만나는 아우라지에는 국내외에서 보기 드문 베개용암을 관찰할 수 있다. 베개용암은 뜨거운 용암이 흐르면서 물을 만나 급격히 식으면서 생성되는 지질학적 현상이다. 베개용암은 육지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드물고 대부분 바다 속에서 만들어진다. 강가에서 발견된 아우라지 베개용암은 모양도 뚜렷하고 육안으로도 쉽게 볼 수 있어 해마다 많은 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한탄강 지질공원에서 최고의 지질공원 체험 학습장은 한탄강의 지류 차탄천이다. 추가령 구조곡을 따라 연천읍을 가로질러 흐르는 차탄천에는 차탄천 주상절리와 은대리 판상절리 및 습곡구조 등 2개의 지질명소가 존재한다. 이곳에서는 신생대의 다양한 현무암 주상절리와 연천에서 가장 넓게 분포하는 암석인 고생대 데본기의 미산층을 가까이 보면서 체험해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다양한 광물들도 관찰할 수 있어 지질교육의 최적의 장소를 제공하고 있다. 하천변을 따라 지질학적 다양성과 더불어 현무암 협곡이 펼쳐져 있어 풍경 또한 아름답다.

 

 

 

 

■ 한탄강 지질공원의 중심, 지역주민

지질공원은 지질학적으로도 중요하지만 자원이 풍부해 지역주민이 그 가치를 알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연천군이 지질명소를 연계하는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지역주민들의 소득창출을 도모하는 각종 사업을 추진하는 것과 지역주민들이 연천 지역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고 환경보존과 활용에 힘을 보태고 있는 것도 다 그러한 이유에서다.

여기에 연천군 농촌체험 농장들은 우수한 농산품 체험에 지질 및 역사문화에 대한 교육·체험요소를 추가하여 연천군만의 가치로 차별화하기 시작했다.

연천문화원은 지질공원 인증을 계기로 지역의 가치를 인식시키기 위한 주민체험단을 모집하여 교육사업을 본격화했고, 연천 관내 초·중·고 학교들도 연천군과 함께 지역 학생들의 지역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자긍심을 갖게 할 수 있는 각종 프로그램을 공유하고 있다. 아울러 연천군 관내 공방과 기업들도 각종 상품개발에 지질명소의 패턴과 특징을 활용하여 지역을 알리고 상품성을 높이는 데 동참하고 있다.

이처럼 지금까지 연천군 한탄강 지질공원을 함께 알리고 지역의 가치를 높이는 데 동참한 협력단체는 30여 곳에 이른다.

지난 6일에는 연천군과 연천초등학교 및 백학중학교가 그 인식을 함께 하며 한탄강 지질공원 활성화를 위한 협약식을 맺었다.

/연천=김항수기자 hgsoo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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