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眞誠愛칼럼]빛과 소금의 역할

 

 

 

오랜만에 결혼식 주례를 보았다. 대부분은 거절을 하는 편인데 지인의 자제라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어떤 내용을 할까 주례사를 고민하던 중에 가장 평범한 것이 낫겠다 싶어 평소 생각해오던 빛과 소금의 역할에 대해 얘기를 했다. 그 내용은 대개 다음과 같다.

빛!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그러나 이 빛을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이 시각장애인들을 위하여 성북시각장애인 복지관에서 시창작 강의를 19년째 해오고 있다. 그런데 이런 경우가 있었다. 평소에 거의 지각 한 번 안하시던 분이 강의 시간이 다 끝나서 도착하셨다. 왜 이렇게 늦으셨냐고 물었더니 길을 잘못 들었는데 아무리 소리쳐 불러도 답이 없길래 내내 기다리다 보니 늦었다는 거였다. 또 다른 분은 친구 집에 갔다가 큰 봉변을 당했는데 사정을 들어보니 기가 막혔다. 새벽이 되어 소변이 마려워 문을 열고 나갔는데 그것이 화장실이 아니고 난간도 없는 밖이어서 그대로 추락했다는 거였다.

이분들에 비하면 여기 있는 우리 모두는 빛이다. 출세를 하고 영광을 가져야만 빛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우리는 모두가 빛이고 영광이다. 중요한 것은 그 빛을 자신만을 위해서 비출 것인가. 어두운 남을 위해 비출 것인가이다. 어두운 주위를 비추어 주는 빛이 되길 바란다.

그런데 소금은 드러나는 빛과는 정 반대의 역할을 해야 한다. 김요석 목사 같은 사람이 바로 그런 분이다. 이 분은 15년간 독일에서 신학공부를 하고 한국에 귀국하여 대학 강단에 섰지만 영적인 갈등을 해결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 분은 나환자 정착촌인 영호마을의 한 교회에서 사역을 했다. 이 분의 간증 내용을 들어보면 문둥병이 재발해서 몸과 얼굴이 부어오르고 양쪽 눈과 콧구멍에서 고름이 흘러나와 다른 마을 사람들은 아예 그 집에 발길을 끊어버린 속에서도 그 분을 찾아가 같이 식사를 나누고 사랑으로 격려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러면서 목사님은 여기서 고백을 한다. “그때 나는 참사랑이란 바로 내가 그 사람의 자리로 옮겨가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 아주머니 앞에서 나는 그분과 똑같이 문둥병자가 되었던 것이다. 나는 이 아주머니에게 감사했다.” 그렇지 않은가. 참 사랑이라는 것은 낮아지는 것이다. 낮아지고 낮아져서 이윽고 없어지고 상대만 남아 있는 것 그것이 참사랑이다. 바로 소금이다. 소금은 자신을 드러내면 절대 안 된다. 배추에 절인 소금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을 본 일이 있는가. 소금은 스며들어야 한다. 스며들어 배추와 하나가 되어야 한다. 어두운 주위를 비추어 주는 빛, 주위와 하나 되어 섬기는 소금이 되길 바란다.

사실 지인이 그러한 사람이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지만 이미 고인이 되셨고 결혼식 자리가 우울한 자리가 될 것 같아 정작 하지 못했다. 대신 새 출발하는 두 사람의 이름자를 따라 신랑의 이름에는 빛의 내용을 담고 신부의 이름에는 소금의 의미를 담아 4행시를 써서 그림과 함께 전해주었다.

인정 많고 어진 사랑, 뜨거운 열정으로

철인의 의지 담아 하늘을 이루고 (빛)

해가 잠든 바다처럼 겸손으로 받들어

주목(朱木)의 지혜와 슬기로 꿈의 땅을 가꾸어라 (소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