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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시를 찾아서

 

 

 

시를 찾아서

/박덕규

막다른 골목 외등 아래
저 혼자 저항하는 그림자

2
몰래 동심원 퍼트리고
시치미 떼고 있는 호수

3
잡아먹기 난처한 사냥물을
향한 거미의 눈

4
낯선 여행지를 떠돌다 돌아와
마침내 쏟아놓은 똥 무더기

- 박덕규 시집 ‘날 두고 가라’ / 곰곰나루·2019

 

 

 

 

시인의 세속적 직업이나 시인과의 개인적 연고를 떠나 아무리 봐도 이 시인은 시의 선생인 듯하다. 지난 11월에 나온 새 시집은 목소리를 높이거나 교조적으로 뭘 가르쳐 들지 않고 담담하고 낭창한 시들로 채워져 있다. 시인이 ‘시를 찾아서’ 산다는 것은 얼핏 당연하지만 사실은 시가 시인의 눈에 잘 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을 듯하다, ‘막다른 골목 외등아래 저 혼자 저항하는 그림자’는 바로 어제 저녁 우리들 자신의 모습이자 시적 형상이다, ‘몰래 동심원 퍼트리고 시치미 떼고 있는 호수’는 마치 눈물 고이게 하고는 가만히 있는 당신의 모습으로서 시적 풍경이다. ‘잡아먹기 난처한 사냥물을 향한 거미의 눈’은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는 사면초가의 인생사이며 ‘낯선 여행지를 떠돌다 돌아와 마침내 쏟아 놓은 똥 무더기’는 생애를 한 바퀴 돌고 온 나그네 시간의 헛헛한 일기장 같은 것이리라. 문득 ‘시를 찾아서’를 ‘시름을 찾아서’로 읽거나, 내 주변에 맴도는 버릴 수 없는 ‘싫음을 찾아서’로 다시 읽어 본다. 이 시인은 정말 시의 선생이 맞는 듯하다.

/김윤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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