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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백]고유명절 설에 대하여

 

 

 

1월 1일은 누구나 새로운 마음가짐과 설렘으로 해를 맞이한다. 해가 바뀌었으니 지난해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한 각오와 기대가 가득하다. 그러나 이날을 설이라 하지는 않는다. 우리 조상은 음력 1월 1일을 새해 첫 날로 정해 설이라 하여 가장 큰 명절로 여겼다. 오는 25일이 설이기에 4일간의 연휴기간 동안 고향과 부모를 찾아 즐긴다.

삼국사기에 백제는 261년에 설맞이 행사를 하였고, 신라는 651년 정월 초하룻날에 왕이 조원 전에 나와 백관들의 새해 축하를 받았는데 이때부터 왕에게 새해를 축하하는 의례가 시작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일제 강점기에 들어 양력을 기준으로 하면서 양력 1월 1일을 설이라 하고, 음력설은 강제로 쇠지 못하게 하였으나, 오랜 전통에 의해 실효가 없었다. 광복 후에도 양력설에 3일을 공휴일로 하였다. 그러나 전두환 정권 시에 2중과세가 문제되고, 정권 반대 시위가 심해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 1985년에 설을 ‘민속의 날’이라 하여 공휴일로 하였다가 귀향 인파가 늘어나면서 ‘설날’로 정착되어 현재에 이르렀다.

음력은 과학적이지 못하다는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더러 있다. 양력은 태양을 중심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날짜가 계절에 잘 맞는 것은 당연하다. 정오에 태양의 그림자를 재서 가장 길 때가 동지이고, 가장 짧은 때가 하지다. 동지에서 다음 동지까지는 1년이 된다. 태양 운동으로 따지면 1년은 365일 5시간 48분 46초가 된다. 하루의 길이는 24시간이고, 한 달의 길이는 달의 운동으로 따질 경우 29일하고 반일쯤 된다. 달력의 발달은 바로 이 복잡한 한 해, 한 달, 하루 사이의 시간적 차이를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따라 여러 가지 역법이 나오게 되었다.

양력은 고대 이집트 사람들이 처음 만들어 사용했다고 알려졌다. 30일짜리 한 달을 12번 두고, 해마다 연초 5일을 축제일로 하여 1년의 길이를 정하는 방식이었다. 1년의 길이가 365일로 딱 떨어지지만, 실제 길이에서 6시간을 무시한 셈이다. 이 6시간이 자꾸 모이면 나중에 아예 계절이 바뀌게 된다. 이 모순을 고친 사람이 로마의 황제 율리시우스 카이저로 4년마다 하루를 더 넣어 모순을 해결했다. 이 방법도 1년 길이를 실제보다 11분 길게 잡은 셈이어서 1천 년 이상 지나면서 그 차이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 1582년 로마 교황 그레고리 13세는 기원 325년 니케아 종교회의 때에는 춘분 날짜가 3월 21일이었는데 1582년 춘분은 3월 11일이어서 이듬해인 1583년부터 다시 3월 21일이 되도록 고쳤다. 교황이 춘분 날짜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최대 명절인 부활절이 매년 비슷한 날짜에 오도록 하기 위함이다. 부활절은 춘분을 지나서 처음으로 오는 만월 다음의 첫 일요일이다. 기독교 최대의 명절도 양력만으로는 정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7월과 8월은 로마 황제 율리우스와 아우구스투스를 기념하기 위해 달 이름을 지었고, 이달에 그들 생일이 있어서 더 길게 하기 위해 30일이던 한 달을 다른 달에서 가져와 7, 8월이 계속 31일이 되었다. 이런 이유로 지금도 초등학생이 주먹을 쥐고 달을 외운다.

음력에서 한 달의 날짜가 29일과 30일로 불규칙적으로 바뀌지만, 그 까닭은 순전히 자연현상에 있다. 음력에는 달마다 15일을 보름이라 하여 달이 가장 둥글게 뜨는 날로 맞춰 놓았다. 그렇게 되면 초하루는 저절로 결정되고, 그 전달의 크기가 29일이 될 지 30일이 될 지도 그에 따라 저절로 결정된다.

음력의 날짜가 계절에 잘 맞지 않는 이유는 달 모양의 변화에 맞게 만든 것이지 계절을 맞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음력은 태양운동을 24절기로 나타내서 각 계절에 정확히 상응하는데 이것은 음력 속에 들어 있는 양력인 셈이다. 양력 1월 1일은 가장 중요한 부활절 계산을 하기 위해 춘분을 고정시켜 놓고 그에 따라 저절로 생긴 날이다. 하지만 음력은 동양 사람들의 어떤 모순도 없는, 과학적인 역법이다. 그 이유를 알고 조상이 지켜온 고유의 설을 쇠면 더욱 뜻깊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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