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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재래시장을 찾아

 

 

 

 

 

재래시장에 갔다. 시장을 들어서자 명절 분위기가 확 풍긴다. 대목 특수를 위해 준비된 상품들로 점포가 꽉 찼다. 선물용 과일 상자가 수북이 쌓인 과일전과 수산물 코너, 야채가게 등 물건도 많지만 사람들도 부쩍 많아졌다.

시장 가운데 통로에 자리 잡은 분식코너에 삼삼오오 모여 떡볶이와 공갈빵 도넛 등을 먹고 포장해가는 사람들로 바쁘다. 떡볶이집 주인은 근 삼십여 년 전부터 단골이다. 첫 아이 어릴 때 손잡고 와서 지금까지 가끔 들르는 곳이다.

닳을 대로 닳아 윤기 나는 전대로 수없이 드나들던 꿈과 희망 그리고 하루치의 노역이 그녀의 뻑뻑해진 관절과 입담에 녹아있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 자신을 잘 지켜준 육신과 시장골목에 고맙다며 쉼 없이 호떡을 굽고 떡볶이를 담아내는 손길이 거침없다.

이렇게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가 있는 곳이지만 주차공간이 협소하고 상품의 진열상태며 열악한 환경이 재래시장을 찾는 발길을 줄어들게 하는 원인이었는데 지금은 단장을 하여 깔끔하고 청결해졌다. 시장 통로에 지붕을 만들었고 간판을 규격화했으며 노상에 제품을 쌓아 통행에 불편을 주던 것도 많이 개선되었다.

명절 때는 전통시장 주변에 임시주차를 허용하는 구간이 정해졌고 지역화폐를 10퍼센트 저렴하게 구매해서 사용할 수 있으니 여러모로 매력이 있다. 특히 청년 숲에 가면 차별화된 먹거리와 풍경이 있는 거리를 조성하여 젊은이들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는 것이 인상적이고 바람직한 모습이다.

삶의 치열한 현장을 한 눈으로 볼 수 있는 곳이 시장이다. 매장은 매장대로 노점상은 노점상대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주어진 삶에 충실하다. 대형마트보다 야채나 신선식품은 저렴한 것이 많고 상품도 다양하다. 그럼에도 재래시장보다 대형마트를 찾는 이용객이 많은 것은 대형마트에 비해 주차나 이동거리가 많고 무엇보다 손님을 응대하는 방법이나 아주 가끔은 바가지를 썼다는 생각이 들어 불쾌감을 주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재래시장을 살리려고 투자를 하고 상인들 또한 적극 협력하여 시장에 대한 이미지가 개선되고 환경이 좋아졌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인과 고객과의 관계개선이다. 상인은 고객을 응대함에 있어 질 좋은 상품과 서비스개선으로 고객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매뉴얼을 가동하고 고객 또한 상거래의 질서를 지키고 유지함으로 서로간의 신뢰가 형성되고 그것이 바탕이 되어 재래시장이 활성화되고 지역경제가 살아나는 효과가 생길 것이다.

며칠 후면 설날이다. 올 겨울은 예년보다 기온이 높은 때문인지 야채가 풍성하고 싱싱하다. 진도에서 올라왔다는 싱싱한 대파와 봄동 그리고 달콤한 향기로 발길을 잡는 딸기가 제철보다 더 싱싱하다. 무엇보다 김을 모락모락 피우는 손 두부가 일품이다.

대형마트보다 재래시장을 이용하는 것이 제수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불편함 때문에 꺼리는 경우가 많다. 발품 팔아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하고 지역상권을 살리겠다는 마음으로 적극 활용 한다면 나와 주변이 행복할 뿐 아니라 식탁도 풍성해질 것이다.

삶이 행복할 수 있는 것은 ‘우리’라는 공동체와 ‘함께’라는 어울림이 있을 때 좀 더 여유로워지며 그 속에서 배려와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공존의 기쁨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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