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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온 나라가 총선에 집착하는 이유

 

 

 

 

 

“못 살겠다. 갈아보자.” 지난 1956년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 신익희 후보가 내건 슬로건이다. 자유당의 “갈아봤자 소용없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구호는 이에 맞선 고육지책이었다. 실제로는 신 후보가 갑자기 죽는 바람에 이승만이 당선되었지만, 선거는 국민의 현실만족에 대한 평가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치인이 선거에 집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작년 조국사태나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여야의 갈등은 코앞에 다가온 21대 국회의원 총선 때문이다. 다당제의 현실에서 과반수의 지지가 아니라 확실한 지지층의 결집이 더 필요하므로 절대 양보하거나 타협하지 않는 것이다. 문제는 국민들이다. 대통령제인 우리나라에서 대선결과는 곧바로 국민들의 삶을 바꿔버린다. 헌법이 바뀌지 않았어도 국민들의 삶은 이전 정부와는 너무나 다르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달려 있다고 생각하므로 국민들도 총선에 집착하게 된다. 당장의 승패만 중요하지 장기적인 사회변화나 미래세대에 대한 고려는 생각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정책토론을 실종되고 어느 진영의 승리인가만 관심일 뿐이다. 선거과정에서 이런 감정싸움은 갈등의 증폭과 반복되는 보복만 불러왔다.

대선 전초전으로 지지층만 의식하여 갈등을 증폭시켜

21대 총선은 문재인 대통령 임기 3년 차의 중간평가이며 2022년 대선의 길목에서 치러진다. 승자독식의 대통령제 아래서 상대방과의 타협은 곧 대선주자의 탈락을 의미한다. 따라서 국회의원 선거라기보다 다음 대선의 전초전으로, 총선도 대선후보 중심으로 치러진다. 게다가 선거의 규칙이 바뀌었다. 지난 달 27일 개정된 공직선거법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여 비례대표 의석배분 방식을 바꿨다. 또 투표연령도 18세로 낮췄다. 그래서 이번 총선에서는 10대 유권자 수가 지난 선거의 67만 명에서 100만 명으로 늘어났다. 미숙한 여론조사로는 선거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는데, 제도까지 바뀌니 더욱 예측이 곤란하다. 20대 총선결과로 새 제도를 예측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국민들의 의사도 바뀐 제도 하에서 새로 만들어질 것이다.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우므로 바뀐 제도가 좋은 것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 전국단위 선거가 아닌 지방자치 차원에서 실험해 본 뒤 확대하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런 장기적이고 안정정인 변화보다는 생각났을 때 확 바꿔버리는 민족성을 가지고 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속담이 어울린다. 전문가도 어려워하는 새로운 비례대표의석 배분방식의 실제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선거 직전 바뀌는 공천·선거제도는 예측을 더 어렵게 해

국가나 국민전체의 이익을 추구할 정책이 아니라 선거방식을 가지고 극한 대립을 하는 것은 국민에게 불행한 일이었다. 더구나 선거구획정은 아직 논의도 안 되고 있는데 쉽게 합의가 될 리 없다. 막판까지 혼란이 계속될 것이다. 또 각 정당의 공천방식은 아직도 불확실하다. 절차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여야 모두 새 인물 영입에 올인하고 있다. 현역의원을 많이 교체하는 정당이 선거에서 승리한다는 공식이 통용되는데, 이것도 불행한 일이다. 세대교체는 시대와 정책의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 정치신인이 국민에게 더 낫다는 보장은 없다. 국민들은 그저 막연한 기대와 요행을 바라며 투표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총선 직전 만들어지는 수많은 정당들은 기존 실적이 없는데 뭘 보고 찍어달라는 것인가? 단순히 말만 잘해서 얻는 표는 대국민 사기극인 경우가 많았다. 그런 점에서 1년 4개월 만에 귀국한 안철수 전 대표는 작더라도 무언가 실적을 보여 주면서 ‘새정치’를 말해야 한다. 정치도 기업과 같아서 신인에게는 큰일을 맡길 수 없는 것이다. 한편 여론조사의 수준도 문제지만 선거일 전 6일간의 공표금지는 더 말이 안 된다. 여론조사 결과에 유권자가 부하뇌동 할까봐 만든 규제인데, 국민의 수준을 더 우습게 만든다. 선거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서유럽에 비하여 법적 안정성이 떨어진다. 좋게 말하면 ‘다이내믹 코리아’지만, 사회 각 부문에서 투쟁이 일상이 된, 법적 시스템이 미흡한 나라로 보일 수 있다. 그럴수록 국민들이라도 정신을 차리고 국가와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 수준 높은 국민에 수준 낮은 정치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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