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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지금은 우리가 이국종을 보호해야 할 때

2011년 아덴만에서 우리나라의 삼호 주얼리호가 소말리아해적에게 나포됐다. 이때 석해균 선장은 소말리아해적의 목적지와 반대편으로 배를 운항했고 해적들이 눈치 채자 배를 지그재그로 몰아 시간을 벌었다. 이후 그는 해적들의 총격으로 죽음의 위기를 맞았다. 풍전등화의 상태였던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의 목숨을 살려준 ‘화타’는 아주대 병원 이국종 교수였다. 이 교수는 이후 의료계의 영웅으로 불리고 있다. 2017년 판문점으로 귀순하면서 북한군의 집중 사격을 받아 5~6곳에 치명상을 입고 만신창이가 된 북한 병사 오청성 씨의 수술도 집도했다. 출혈이 심해 수술 과정에서 혈액 1만2천CC를 수혈 받아야 할 정도였다. 오 씨는 완쾌되어 퇴원했다.

지금 ‘이국종’이란 이름을 모르는 국민들은 별로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석해균 선장 수술을 성공시켜 매스컴을 타기 이전에도 이국종 교수는 이미 명의로 소문난 의사였다. 큰 사고로 다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려면 한시라도 빨리 아주대병원으로 가라는 말이 환자나 가족 사이에서 나돌았다. 그곳에 약 20년 동안 중증외상환자를 살려낸 이국종교수가 있었던 것이다. 이국종 교수는 중증외상센터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요즘 심한 좌절감을 겪고 있다. 이 교수는 언론들과의 통화에서 “보직 이런 데 미련 없습니다. 제가 나쁜 일 한 게 아닌데 괴롭네요.” “너무 힘들어서 숨도 못 쉬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전공인 외상외과의 평교수로만 일하고 외상센터에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무엇이 국민적 영웅인 그를 이처럼 괴롭히고 있는 것일까. 그동안 이교수는 외상센터 운영을 놓고 아주대병원 측과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측이 외상센터 전용 수술실에서 암 수술을 하는 등 부적절하게 운영했으며, 외상센터 소속 정형외과 전문의들을 도울 전공의를 파견해주지 않아 수술과 진료를 못하는 일도 발생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아주대병원장이 이국종 교수에게 욕설을 하는 녹취록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외상센터는 더 잘 할 수 있는 병원에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선 정부의 법과 제도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아울러 중증외상센터를 위해 닥터 헬기까지 도입한 경기도 역시 적극 나서길 바란다. 이제 국.공립의료원에서 중증외상센터를 운영하는 것도 고려할 때다. 지금은 우리가 이국종 교수를 보호해야 한다. 그것은 나와 우리 가족,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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