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모기

                               /권수진

한여름 밤

어미니 야윈 등짝 위로

아폴로 우주선 한 대가 착륙했다

엄마, 오늘은 꼭 운동화를 사야해요

제발 용돈 좀 올려주세요

윙윙거리는 소리와 함께

긴 촉수를 살갗 깊숙이 푹 꽂는다

신경이 곤두선 어머니는

한밤중에도 자꾸만 맴도는 그 소리를 잊지 못하고

뜬눈으로 밤잠을 설치다가

상처자국에 남몰래 물파스를 발랐다

한 번 피를 빨아먹을 때

자기체중의 두 배까지

몸집을 불린다는 모기

어느새 어른이 되어버린 나는

내 곁으로 모기가 접근하기도 전에

얼른 살충제를 뿌린다

칙칙, 치이이익-



- 시집 ‘철학적인 하루’ 중에서

 

 

자식은 부모의 피를 빨아먹으면서도 미안함이나 죄책감을 잘 느끼지 못한다. 등골을 빼먹으면서도 그래서 부모의 등이 굽고 야위어 가는지를 모른다. 어른이 되어서도 모른다. ‘꼭 너 같은 자식 낳아서 키워봐야 내 속을 알지’라는 푸념이나 늘어놓는 부모는 아무리 힘들어도 자식을 내치지 않는다. 자식이 해달라는 대로 해주지 못해 속이 문드러지고 가슴이 미어져도, 자신의 피를 팔아 자식을 먹이고 입히면서도 남몰래 속으로 상처나 어루만지는 부모 속을 자식은 언제쯤 알게 될까. 어느 새 훌쩍 자라 어른이 된 나는 누군가 내게 무엇을 요구해 오면 얼른 그 관계를 청산해버린다. 아예 접근할 수 없도록 목을 비틀어버린다.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마음이 무엇이건 다 해주려는 부모 마음과 대조되어 짠해진다.

/이기영 시인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