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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새해라는 이름으로 다시 한 해와 마주섰다

 

 

 

지난 시간들은 변심한 연인처럼 벌써 돌아서 뒤끝도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떠밀리듯 움직여야 했던 적지 않은 지난 한 해의 기억! 정리하고 자숙하는 시간을 희망하지만, 시간은 의지와는 상관없이 새로운 연인이라도 생긴 양 호사스런 언어로 옷 입히며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뜨는 해이니 호들갑스러움을 이해하지만, 해묵은 추억의 그리움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래서일까! 우리들은 새해라는 이름 앞에 놓치고 잃어버린 것을 되찾으려 자신과의 약속을 거듭하며 작심하고 또 작심하며 기대와 희망으로 또 한해를 시작한다.

2020년은 쥐의 해다.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시청률이 높았던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에선 우둔해서 당하기만 하는 고양이 톰과 상대역인 영리한 쥐 제리를 희화화해서 재미있게 묘사한 바 있다. 여기에서 쥐는 예민한 감각과 순발력으로 매번 어려운 난관을 지혜롭게 넘기는 주연으로 표현되어졌고, 강자에 대항하는 약자의 꾀와 영특함에 우리 모두는 힘찬 박수를 쳤다. 권력과 힘에 대항하는 서민들의 모습이 톰과 제리를 통해 대리만족의 통쾌함과 즐거움을 준 것일까? 그러나 현실세계속의 쥐는 그 모습이 비호감일 뿐만 아니라 곡식이나 음식들을 먹어치우는 등 인간에게 치명적인 병균까지 옮기기도 하는 해로운 동물임에 틀림없다. 유쾌하지 않은 인식에도 불구하고, 고양이를 제치고 땅을 지키는 십이지신의 그 첫 번째 자리에 들어간 것을 보면 쥐에 대한 생각이 동양이나 서양이나 별반 다르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십이지(十二支)에 관련된 이야기 속에 쥐는, 소의 등에 무임승차하여 맨 처음으로 신(神)앞에 도착했고, 고양이는 쥐가 알려준 틀린 약속날짜에 도착하여 십이지에 들어갈 수 없게 되었다. 몸집이 작아 약자였던 쥐가 큰 동물들을 상대하기 위해선 치밀한 계략과 지혜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 앞에서 그것을 박수로만 일관해야 하는지는 회의적이다. 타자의 피땀의 노력 앞에 자신의 이익을 위해 수저만 얹어놓는다는 것은 사회적 파장으로 작용할 것이 판명하기 때문이다.

2020년은 유난히 많은 일들이 예견되는 한해다. 그중 대표적으로 꼽자면 총선이 진행될 것이고 그런 과정 속에서 자신은 포장하고 상대를 깎아내리는 사례와 네거티브가 만연할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이 가운데 우리는 화려하게 포장된 겉모습보다는 그 안의 내용을 보기위해 관심과 생각을 모으고 올바른 가치를 행사해야 할 것이다. 점칠 수 없는 경제침체와 태극기와 촛불로 양분된 국론과 진영논리는 어떠한가! 더 이상 미사여구(美辭麗句)를 통해 구성원들의 눈과 귀를 막을 수는 없다. 미궁에 빠진 우리 사회의 단상들이 올해에는 제자리를 찾고 헤쳐 나올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하는 이유다.

이렇듯 새해의 시작은 사람 사는 동네에서 일어날 크고 작은 다양한 경우의 수가 예견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해는 넘치고 풍족해서 행복해하기보다는 그저 작은 햇빛처럼 빛나는 작은 소망으로 시작하고 그 결과에 만족했으면 좋겠다. 흙수저, 금수저를 구분하는 사회적 박탈감이나 개인적인 자괴감이 없는 세상과 예술인들은 예술을 통하여 시민과 함께 신명 나는 한 해였으면 좋겠고, 그 열정에 우리 사회가 예술문화의 풍요로움과 소통하고 화합하는 한 해였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내 한마디의 말이 상처를 주기보다는 치유가 필요한 이들에게 공감하는 마음의 언어였으면 진정으로 정말 좋겠다.

이렇게 새해 소망을 지면에 적어보는 순간들도 돌이켜보면 얼마나 감사한 시간들인가! 아직 땅위에 초목들은 시린 눈빛으로 계절에 순응하며 자리하고 있지만 땅속으로 흐르는 시간은 봄을 준비하느라 바쁜 숨고르기로 아우성일 것이다. 시간은 그렇게 흐르고 봄을 한 번 더 볼 수 있다는 기쁨에 우리는 감사해야 한다. 올 한해도 소소한 행복들로 가득할 것 같은 상서로운 기운이 든다. 2020년 흰쥐의 해! 좋은 예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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